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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Apr 08. 2024

AI의 시대에 의문을 품다

AI가 다시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알파고가 세상을 흔들었던 이후로, 다시 한번 ChatGPT가 우리의 꿈을 부추기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반도체 시장은 호황이어서, 주식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엔비디아의 주가가 올라간다는 소식은 이미 접했다. 누구는 쾌재를 부르며 부자가 되었다고 소리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세상에게 주목받는 것은 데이터 업계에 있던 사람으로서는 기쁜 일이긴 하지만, 내 업계가 잘 나간다고 해서 세상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쁜 마음을 내려놓고 이미 너무 뜨거워진 세상을 조금은 차갑게 보려는 마음이 가져본다. 지금 AI는 세상을 새롭게 바꾸고 있을까? AI로 인해 어떠한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났을까? AI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나에게 새로운 파도란 이런 것이다. 삼성이 있지만 네이버라는 큰 인터넷 기업이 생겨났다. 인터넷은 새로 발견된 대륙과 같아서 가능성이 넘쳐났다. 사람들은 몰려왔고, 새로운 정보를 알고 싶어 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등 굵직한 기업들이 새로운 대륙 위에 자신의 터전을 갈구었다. 모바일 시대에는 어땠을까? 아이폰이 나온 이후로 수많은 앱이 쏟아져 나왔고, 우리의 일상생활이 모두가 느낄 만큼 구석구석 바뀌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모바일 기반 SNS가 새로 생겨났고, 카카오와 배달의민족이 한국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현재 몇 천명 이상을 고용한 큰 기업이 되었다.


이미 발견된 곳에서는 많은 기업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기가 어렵다. 그런 세상에서는 큰 기업과 경쟁하거나 큰 기업이 가지 않는 척박한 땅으로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파도가 몰려오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아서, 더 빠르고 세상의 니즈를 잘 파악하는 기업이 유리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큰 기업과 새로운 기업의 상대적 격차는 크게 줄어든다. 속도가 빠른 새로운 기업이 고착화된 시선을 가지고 있는 큰 기업을 이기고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 애플이 IBM을 이겼던 것처럼 말이다.


사회의 변화, 새로운 가능성은 기술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기술과 함께 그 기술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봐야 한다. 파도라고 한다면 기존의 기업이나 새로운 기업이나 모두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서 새로운 기업이 많이 생겨날 수 있다. 또한 정말 파도가 맞다면, 기존의 대기업에게 더 유리한 구조일 수 없다. 하지만 AI는 어떨까? 클라우드 기업들과 기존 반도체 기업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ChatGPT와 같은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그걸 학습시킬 수 있는 거대한 인프라 그리고 수많은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연구자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AI를 만든다는 것은 앱을 만드는 것처럼 누구나 노트북 하나만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AI 시대에 주목을 받는 기업을 PC 시대,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구글 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이름의 기업인가?


세상의 변화는 항상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그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반응도 마치 순식간에 얼음이 수증기로 변화하는 것처럼 섬뜩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움직이다. AI가 정말 모바일 이후 새로운 파도일지도 모른다. AI가 사라진 직업보다 더 많은 직업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ChatGPT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정말로 놀랍고 이 기술을 생각하면 여러 꿈을 꾸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AI가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의 위치에 있는 새로운 기업들을 만들어낼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한다. 나는 그런 가능성이 좋다. 앞서 가는 거대한 기업을 새로 시작한 누군가가 뒤집어엎는 위대한 역전의 가능성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기술 자체에 어떤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술을 둘러싼 환경, 그걸 만들어내고 활용하는 구조,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AI가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기존의 거대한 기업들에게 유리한 구조라면 과연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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