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도 놀랄 노자
저는 일이요.
아, 물론 회사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요.
며칠 전에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2월 8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공모전이 있어 함께하는 사람들과 밤을 샜어요. 48시간을 정말 꼬-박 샜답니다. 그런데 비몽사몽한 순간이 많지 않았어요. 다 합쳐봤자 10분 되려나. 노트북 앞에서 깜박 조는 일이 몇 번 지나가고 나니,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어요. 사점을 넘어선 순간이 항상 그렇듯 마치 잠이란 게 없는 사람마냥 머리도 더 팽팽 잘 도는 느낌. 벌써 여기서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그 밤이 힘들지 않았어요. 정말로 도무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오후, 문서를 제출하고 단톡방에 '제출했습니다~'를 보내는 순간 기분이 묘했어요. 회사에선 밤 10시, 11시까지만 야근해도 세상 피곤하고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12시간이 뭐야, 20시간을 넘기 일했는데도 너무 멀쩡하더라고요. 기분이 찌릿찌릿 했어요.
물론, 이 공모전에서 떨어지는 순간 이제까지의 노력은 모두 0에요. 아무런 성과도 없고 결과도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마냥 좋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내가 즐거운 일이라는 건 이런거구나가 생생하게 와닿는 느낌.
맞아요, 저는 여전히 어디 타이틀을 내걸기 어려운 백수고 어떤 시각으로 보면 한량이기도해요. 좋게 봐줘도 성과는 없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아둥바둥대는 프리랜서쯤 될까요. 하지만 요새 꽤나 행복해요. 도전하고 싶었던 일들을 버킷 리스트에 적어두기만 했을 때는 적은 목록들이 참 요원했거든요. 마치 사고 싶은 wish list를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두고 월급날마다 잔고가 바닥인 통장 때문에 모른척하는 기분.
지금은 어떠냐면요, 톱날로 이리 저리 나무를 깎아보고 있는 기분이에요. 잘 할 자신도 없고 방법도 모르지만, 그리고 만들어진 작품이 별로일거 같은 삘이 나기도 하지만(!), 나는 어쨌든 도전했으니까라는 말을 내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게 참 기분 좋아요. 내가 나에게 떳떳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시작한 도전들은 계속 유지하고, 더 많은 도전을 할 참이에요. 또, 이 모든 시도들이 슬슬 경제적 성과로 변환되었으면 해요. 그것도 아주 빠른 시일내에.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알차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더 고민하고 더 애써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