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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pr 08. 2019

뭐 때문에 이 일하냐면요

돈인가, 즐거움인가

"일의 가치를 어디에 둬요?"


 올해 4월 6일에는 이 질문에 '재미'요, 라고 대답했다. 물론 1초만에 '돈도 중요해요.'라고 덧붙였다. 회사를 다닐 때는 워라밸, 연봉, 직장 상사, 산업 등 뭘 더 많이 따졌던 거 같은데 완전히 독립하겠다고 마음 먹고 나선, 그런 게 의미 없더라.


 워라밸 좀 무너지면 어때, 내 일인데. 직장 상사 따로 없고 산업은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고. 연봉이 좀 아쉽긴 하다. 돈을 좀 많이 벌었으면 좋겠는데. 아니, 당장은 카드값에 덜덜 떨지만 않아도 좋겠는데 말야. 엄마한테 월세도 다달이 주고 싶고...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이 일요일 밤에 곱씹는 이유는 어제 한 행사가 너무 너무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다. 장소는 목적에 맞게 아름다워졌고, 우리끼리는 합이 잘 맞았고, 일하는 동안은 즐거웠다. 그거면 되지 않나? 팀원들에게는 티 안내고 있는데, 이번 일 같이 하면서 팀원들에 대한 애정이 퐁퐁퐁 수준으로 샘솟는게 아니라 펑펑펑 수준으로 폭죽터졌다. 우리 다 같이 잘 벌고, 잘 살고 그랬으면 좋겠네.


 어제 한 웨딩 스타일링 장소는 서초 법조타운 건물 위의 노네임 루프탑이란 장소였다. 서초역으로 2년이나 회사를 다녔는데도 몰랐네...   아무튼 이 루프탑을 꾸미는데 15층에서 한 층 더 계단으로 올라가야해서 어찌나 낑낑댔는지. 심지어 루프탑도 1-2층 구조다.


유리볼이 촤르르
내가 담당한 공간


 바깥 유리에 유리볼+전구 가랜드를 활용해서 꾸몄다. 조명이 꺼지니 예쁘더라. 막상 공간에 가서 달아보니 좀더 유리볼이 많았으면...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생각보다 공간이 넓어보이더군. 이번에 배운거. (1) 무조건 스타일링 할 용품은 더 많이 가져간다. (2) 유리볼과 같은 천장 장식은 미리 배치도를 그린다.


 

계단에도 라이트를 촤르르
LED초랑 화병이 한 역할했다.


 라이트와 푸른색 덩굴은 꽤나 조화로웠다. 역시 밤에는 다른거 다 필요없고 조명이다. 어두운 밤에 혹은 캄캄한 공간에 작은 소품 몇개를 놓는다면 무조건 조명 역할을 수행하는 아이템으로!


폴라로이드존


 조명을 많이 사용하니 또 좋았던 점은, 유리창에 조명이 비쳐서 효과가 배가 된다는 점이었다. 사진을 어디에서 찍어도 - 내가 저렇게 발로 사진을 찍어도 - 반짝반짝하게 나오더라. 


 안 쪽이 더 대박인데, 꽃 아치와 테이블 장식이 진짜 예술이다. 내가 찍은 사진 중에는 적당한 게 없어서 지금은 못올리리는데 우리 블로그에 올라오면 꼭 링크해 둘거다. 두고두고 기록해둬야지.


 새삼 뿌듯하고, 새삼 행복하고. 막 그렇다. 내가, 아니 지금은 우리가, 하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 아마도 돈이 정말 없어서 쫄딱 굶어죽기 바로 직전까지는 계속 이거 할 거 같다. "뭐 때문에 이 일해요?"하면, "재밌어서요!"라고. 


 프리랜서 선언하고 정말 일 다운 일이 없어서 목말랐는데 이번 일로 조금 해소된 기분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생각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내 거라고 말하는 일. 이게 내가 프리랜서하겠다고 손 든 이유구나, 라는 걸 이번 일 하면서 알았다. 역시 생각만 할 때는 미궁 속을 손으로 더듬는 기분이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즐겁기만하다. 또 일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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