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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n 11. 2019

다들 돈 많아서 창업했나요?

돈 벌던 나날이 자꾸 생각나

나의 밤은 그래

이렇게 잠 못드는 밤이면

왠지 모를 그때의 향기가 나.


 요새 참 서럽다. 돈이 없어서. 돈이 없으니 남들 누리는 걸 누리고 싶다고 말 못해서. 그리고 그걸 괜찮은 척 해야해서. 서럽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내가 회사를 다니던 때. 내가 해외에 취업했을 때. 내가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다달이 받았던 때.


 친구가 결혼을 한다. 축하해 마지 않을 일인데 당장 축의금이 걱정이다. 이번 달은 중순부터 말까지는 현금이 없는데 어떡하지. 가지고 있던 유일한 하객용 구두는 옆 부분 가죽이 벗겨졌는데. 입고 갈 옷도 없구나.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을 몇 개만 떠올리면 일부러 외면하려고 묻혀둔 잡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러면 어김없이 서러움이 폭발한다. 돈없어서 서러운 삶을 바란 적은 없었는데.


 지난 번 우리 팀에 생기기 시작한 균열은 꽤나 많은 부분을, 예외없이 모두를, 잡아먹고 있다. 한 명도 빠짐없이. 평등한 어른 다섯 명이 만나면 더 많은 시너지 효과가 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걸 넘어 업무를 미루거나 뭉개거나 본인이 주체가 아닌 객체로 진행한다. 그래도 별 탈 없다. 왜냐면 누군가 대신 하니까. 그렇게 해도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으니까.


 그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식으로 흘러가도 상관 없는 누군가와 지금 당장 조직의 매출을 뒤로하는 누군가와 또 상대적으로 먹고 살 걱정 없는 누군가를 본다. 박탈감과 조급함과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동시에 받아들인다. 다시금 내가 회사를 박차고 나올 때를 떠올린다.


 그때 나는 푼돈이라도 통장에 있었고, 몇 안되더라도 경력이 있었고, 어리지는 않아도 많지 않은 나이를 손에 쥐었었구나. 어떤 마음 가짐으로 나왔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원칙을 갖고 살 것인가였는데 아둔한 나는 그걸 이제야 찾는다. 이 생각까지 오면 다시 서러워지기 시작한다. 다시 반복이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빚이 얼마인지를 헤아리지 않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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