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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n 19. 2019

좋은데 미워. 미운데 좋아.

가족과 동료 그 경계선.

나는 결혼을 포기한 삼포세대지만, 요새 결혼한 사람들의 기분을 알 것만도 같다.

남편은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라며. 내가 요새 동료들한테 느끼는 기분이 그러하다.


좋은데 참 밉다. 미운데 참 좋다.


모순적인데 이 말만큼 정확히 내 기분을 표현하는 말이 없다. 

날 챙겨주는 것도 동료들이고, 날 빡치게 하는 것도 동료들이다.


 먼 타국으로, 그것도 가장 바쁜 행사 시기에 며칠이나 해외에 가는 나를 이해해주는 동료와, 갔다오라며 자신의 드레스와 구두를 빌려주는 동료, 그리고 가서는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동료도 모두 나와 함께 어깨를 맞닿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동시에, 짜증이 나다 못해 화까지 나게 만드는 사람도 동료다. 최근 내 일상의 등장 인물은 동료들과 엄마가 유일하다. 자는 엄마한테 간신히 생존신고하며 사는 상황이라 엄마는 내 감정 기복에 관여할 틈이 없다. 다시 말하면, 내 감정 대부분은 동료들이 좌지우지한다. 


 얼마 전에는 정말 화가 났다. 나를 화나게 만든 그 동료는, 어느 시점부터 술타령을 작작한다. 그 사람의 태도와 말을 곱씹다 보니 나중엔 기분이 비참을 넘어 참담해졌다. 저 사람은 딱 저 정도의 가벼움으로 이 조직을 대하는구나. 나는 지금 살아 남으려고 아등바등인데.


 그 분이 말하는 '술 마시며 친해진다'는 논리는 사실, 나한테 통하지 않는다. 왜 굳이 술을 마셔야만 친해진다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우리가 친해지는 과정은 술이 아니라 일이여야 할텐데? 무엇보다 며칠 전 술 마시자고 한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이번주 토요일에 우리가 큰 행사가 있는데 아직 그 준비가 반도 안 된 상태거든.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술자리를 제안하는 그 모습이 정말 놀라울 지경이다.


 물론, 나는 애초에 직장 동료와는 어지간하면 밥도 먹지 않는다. 피곤하니까. 후배에게는 내가 사더라도 먼저 제안하지 않는다. 그들도 나처럼 선배가 밥 사주는 게 싫을 테니.


 GIVE & TAKE 자체가 싫다.


 나는 언제 Give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앞이 캄캄한 나부랭이이기도 하고, 내가 가진 자원이라곤 시간밖에 없는 사람이기도 해서 Take를 할 때 조심스럽고, 조심스러워서 계산적이다. 이 사람에게 얻어먹었을 때 내 마음의 부담감이 크지는 않는가? 이 사람과 밥 먹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는가? 왜 이런 생각까지 하냐고?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드라니깐? 뭐 하나는 마음에 남게 되어 있어. 그게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든, 상대방이 나한테 갖는 아쉬움이든. 뭐든 간에.


 아무튼 다시 요점으로 돌아오자면, 현재 상황은 이렇다. GIVE도 TAKE도 싫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왠 옛날 마인드 술 자리 주장러가 일 안하고 술 마시자고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중이다. 정확히는 그 분이 우리 팀에게. 그 분이 동료가 아니라 아는 사회 선배님 혹은 좋은 선생님 정도였다면 그 제안이 반가웠겠지만 (아니다, 안 반가웠을지도?) 지금은 전혀 아니다. 나는 지금 이 일로 내 생계가 유지되지 않고 있거든. 당장 밥 굶게 생겼는데 술은 무슨 술이야?


 알 수가 없다. 한 명의 인물을 두고서도 좋았다 싫었다를 손바닥 뒤집듯이 반복하고, 이 사람이 좋았다가도 말 한 마디에 빡쳐서 부르르 떨고, 어떨 때는 별거 아닌 한 마디에 감동받아 눈물 콧물 줄줄 흘리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술자리 주장러도, 사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가장 먼저 챙겨서 연락해주신 고마운 분이다. 다만 지금 빡쳐있을 뿐. 요새 그래서 내 스스로도 나의 본성이 무엇인가 돌아보고 있다. 이 정도면 지킬 앤 하이드급인데?


 어떨 땐 가족보다 더 가깝고, 어떨 땐 지나가는 남보다 못하다. 비혼주의 처자가 이런 말 하면 우습게 들리겠지만, 정말 남편같다. 몇 번 싸우고 나면 이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게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일만하고 싶은데 요새는 이런 생각까지 하고 산다. 안 그래도 일 많아 죽겠는데 진짜 머리 복잡하다. 


 아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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