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셋만 모여도 말과 말 사이에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오해가 끼어든다지? 지금 우리 팀은 다섯 명 사이에 건널 수 없는 틈이 쩍쩍 생기는 중이다.
더 솔직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팀원들이 리더 때문에 마음이 다쳤고 자연스레 조직에 대한 애정이 식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을 조직의 일원으로 지켜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한 마음으로 일을 하기란 이렇게나 불가능한 일이구나 하고 깨닫는다.
리더는 이 사업이 본인 명의가 된 순간부터 진짜 사용자가 되었다. 처음 우리가 모인 목적 - 각자가 사장이 되어 본인의 사업들을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만든다. - 는 이미 온데간데없다. 남은 건 질문받지 않는 리더의 통보와 질문형 의견 제시뿐. '이렇게 할 거야?'라는 의견 제시를 들을 때마다 이거슨 청유형인가, 의문형인가를 곱씹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 a가 없을 때는 a 뒷담화를 b가 없을 땐 b 뒷담화를 했다는 이야기가 순서 없이 서로에게 전해지면서 모두 신뢰를 놓았다. 내가, 내 영역에서 이 조직에 돈 벌어다 줄 생각이 없는 거 같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을 건너 내 귀까지 들어왔다. 이제 어느 이야기가 진짜 리더의 말인지, 어떤 것이 리더의 의중인지 알 수도 없다.
며칠 전 팜파티를 하고 올라오는 길에 나에 대한 칭찬이 공중에 떠다녔다. 왜 이러지 싶어 한참 지켜보니 떠날 것 같은 나를 잡기 위한 달래기였다. 그런 달콤한 말은 듣는 당일날에나 껌벅할 뿐 이제 거리감을 두고 관찰한다. 어디서나 좋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 혹은 좋은 이야기만 하는 시기는 경계해야 한다.
달콤한 말에 속은 당일, 나는 이 업에 회의감이 있고 내 일이 생각과 달라 매우 고민하는 중이다, 그리고 현재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어 아르바이트를 추가할까 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리고 내 말에 날아온 답은,
아르바이트하지 말고 지금 하는 걸로 버텨. 파티가 안 맞으면 교육을 해.
리더에게 공감이나 위로를 받고 싶은 건 아니었다만 그래도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커리어를 짓이겨 가며 여기로 들어왔고 그 결정에는 나름대로 꽤 높은 리스크와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고통이 깔려있다. 나를 한 개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이 조직의 일원이자 일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그 관점이 이기적이라 여겨졌다. 나는 당신처럼 가만히 있어도 건물 월세를 받는 삶이 아니라서, 회사를 운영하다 팔아 얻은 돈이 있는 게 아니라서, 가난한 내 삶이 고통스럽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일을 하는 게 기뻤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팀원들과 호흡이 맞고 손발이 짝짝 맞아서 하나의 결과물을 낸다는 게 짜릿했다. 그래서 이 업이 내 업이 아닌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끝끝내 모른척하려 했다.
경제적 보상이 없는 일은 할게 아니다.
팀원 그 누구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는 이 조직은 사실상 리더의 회사다. 일에 대한 보람도, 사람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업에 대한 비전도 잃은 지금 내 머릿속에는 리더가 나를 비난했던 말들만 맴맴 돈다. 이럴 거면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지. 그럼 경제적 보상으로 이 모든 것들을 감추고 덮을 텐데.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 경제적 보상이 없는 일은 하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리더가 나를 의심하는 상황에선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