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Jan 18. 2019

망하지 않으려면 뻔뻔해야한다.

시도의 씨 뿌리기

"알아주기나 할까?"


  몇 달 전 그만둔 전 회사는 지금에야 어느 외국 차트에 올라갔다고 뉴스에 나오고 난리지만, 내가 다닐 때만해도 해외 진출이 요원해 보였다. 16년도에 막 입사해서 해외 거래처 뚫어보겠다고 온갖 가능성 있는 곳에 콜드메일을 뿌렸다. 물론 대부분 - 거진 98%정도가 - 답이 없었다. 혹여 답장이 온다고해도, 답장에서 컴퓨터 너머의 그들 표정이 읽혀졌다.

니네 누구...?


 제품쪽으로는 해외 매출이 거의 제로 베이스인 상황에서 처음에는 홀로, 나중에는 소수 몇몇이 패기롭게 '해외 진출해보자!'라고 얘기했다. 거의 2년 가까이를. 그리고 그 기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왜냐면 그렇게 외치는 나조차 가능할거 같지 않았거든. 여기저기 영업 메일을 보내고, 구글링해서 나오는 업체마다 닥치는 대로 전화해볼 때 특히.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말하고 있는 거 같은 질문이 끈질기게 따라왔다.


 우릴 알아주기는 해?


 국내에서야 그때도 인지도가 꽤 높았지만 해외에서는 수많은 무명 캐릭터 중 하나였으니까. 내가 전화하는게 그들에게 뭐 그리 중요했겠나. 그냥 어느 모르는 stranger가 시간을 뺏는 스팸 전화같았겠지. 우릴 알아주지 않는 시장에 우릴 사달라고 외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작위로 뿌리는 스팸문자 같았겠네- 싶다.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을 낸다는 건 맨땅에 헤딩하기가 아니다. 안전줄 없이 20m 위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이다. 그것도 뭘 준비하기가 애메할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조치를 취해야 하는 스카이다이빙. 결론은 둘 중 하나. 산산조각 나든가 날든가.



 브랜드가 적당히 알려진 상황에서 조차 인지도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환율 1%를 높이기위해 들어가는 브랜드 광고와 노출 작업은 매출 규모가 작든 크든 겁나 힘들다. 그 1%가 수천만원 수준이라면... 팀 단위가 갈아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브랜드가 알려질 때까지 손빨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가만히 있어도 필요한 고정비가 있으니까. 내가 알려졌든 안 알려졌든, 기업이 알려진 기업이든 아무도 모르는 기업이든 간에 최소한의 매출은 발생시켜야 한다. 그말인 즉슨, 뻔뻔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절을 두려워 말라, 거절에 익숙해져라 등등의 조언은 뭔가를 시도한 자에게 전달하는 위로다. 거절이 괜찮은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으니까, 거절을 많이 당한 누군가에게 응원을 전달하기 위한 위로. 아무 시도도 안하고 앉아있는 누군가에겐 이렇게 말해야 맞지.


우선 뭐라도 시도해

 회사를 떠나 홀로서기를 한 나는 부쩍 16년도 겨울이 많이 생각난다. 정확히는, 무명의 캐릭터 제품을 팔아보겠다고 멘땅에 헤딩하듯 콜드 메일 보내던 내가. 미국 서점, 싱가포르 서점, 홍콩 서점들은 물론 미국 내 한인 서점까지 연락했던 그때, 나는 어떻게 그렇게 뻔뻔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어려서 당돌했나 싶다.


 결국 그 회사는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그것도 대대적으로. 성공 뒤에는 수많은 뻔뻔쟁이들의 뻔뻔한 노력과 눈물겨운 일화들과 시트콤 같은 시도들이 자리한다. 허허벌판에 냅두면 앞에 놓여진 돌을 잡고 부딪쳐라도 보는 사람들이 모여 성공 스토리를 써냈다. 이젠 남의 회사지만 그 히스토리를 지켜본 나로선 조용히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낸다. 물론 아주 짧게 한 2초정도만.


 그 회사를 보고 알았다. 뭔가를 해낸다는 건 뭔가를 엄청 많이 시도한다는 말과 동의어구나. 농부가 씨 뿌리듯 꾸준히, 끊임없이, 계속, 지속적으로 시도를 한다는 거구나. 운이 좋으면 100번 시도해서 1번 해낸 그 성취가 다른 일을 물고 와 주기도 하더라. 물론, 성공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런 굉장한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그 한번의 해냄은 다른 시도를 하는 데 꽤 큰 뒷받침이 된다. 뒷받침이 안된다고? 음.. 적어도 내 자신감 하나는 더 올라가잖수.


 그러니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선생님, 우리 같이 뻔뻔해집시다. 시도라는 씨앗을 여기저기 많이 뿌려봐요. 그래야 적어도 망하지 않아요.

 


이전 11화 다니는 회사에 끝을 예고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