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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y 19. 2019

스타트업 갈등의 서막 - 소통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그래요, 우리도 직면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이 가장 잘 해결해야 한다는 그 문제, 인간 관계 갈등이요. 물론 원인은 미흡한 소통입니다. 우리는 겨우 다섯 명인데도 이게 참 어렵네요. 다섯 명이 적은 인원이 아니구나, 이 다섯명이서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가 않구나하는 걸 매 회의할 때마다 느끼는 중입니다. 의견이 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니 괜찮아요. - 아니, 사실 답답할 때도 있어요. - 그보다 힘든 건 우리의 의사소통 방법이에요. 이런 회사는 다섯 명 모두 처음이라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낭비해가며 소통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였다고 소통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요.


딱 이런 상황이에요. 이야기는 하는데 이야기가 잘 안되는 느낌?


 예를 들어, 이런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아무도 입을 떼지 않으면 a,b,c가 아는 이야기를 d, e는 모르고 지나가요. 논의에 늦게 낀 날은, 어떤 이야기가 정해졌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하는지 판단이 안 서요. 모두가 다 참석하지 못하는 회의도 많거든요. 회사 게시판에 공지 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논의에 빠진 사람은 정보를 100% 받지 못해요. 물론, 논의할 때 없었던 사람에게 따로 이야기를 해 주긴 하는데, 아무래도 모든 이야기가 전달되기는 어렵겠죠? 


 또, 이런 경우도 있어요. a,b,c 셋이 이야기할 땐 '가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a, c, d가 이야기하면 다시 '나 방향'으로 논점이 바뀌어요. 그러면 b가 다시 논의에 끼었을 때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은 거죠.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명은 마음에 들고 명은 마음에 든다든지, 명이 강하게 반대한다든지하면 원점으로 돌아가요. 다섯 명 모두 각자가 가진 고집이 있어서 이런 일이 아주 빈번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저도 의욕이 상실되서 기운 빠진 적이 있어요. 저까지 셋이서 논의한 바를 다른 두 명이 엎었는데, 데드라인이 급박한 지라 엎기 전에 사전 논의가 생략 됐어요. 이해는 갔고, 엎어져서 나온 기획안이 더 나았던지라 순순히 수긍했지만, 어쨌든 기운 빠지는 건 기운 빠지는 거더라고요. 또, 비슷한 시기에 다른 어떤 이는 명령형이냐, 의문형이냐, 청유형이냐하는 어감 차이로 감정이 상하기도 했고요. 사전에 한 마디라도 이야기가 된 상태라면 충분히 이해 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그 한 마디 부재가, 사람 기분을 상하게도 하고 화가 나게도 하는 법이잖아요?


 제가 다닌 이전 회사들을 대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소통 시킨 걸까요? 하나의 메시지를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같은 목소리로 말하게 한다는 게 어어어어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섯 명의 불통을 통해 배웁니다. 첫 회사는 백 명이 조금 안되었고, 두 번째 회사는 회사 전체로 치면 한 몇 천명이 넘는 대기업이었고 - 비록 제가 속한 곳은 아주 작은 국가의 지사였지만요 - 그리고 세 번째 회사도 이백 명이 넘는 회사였어요. 그 안에서 지지고 볶고 벼라별 일이 다 있었지만 공통점은, 프로젝트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하나였다는 거에요. 그 회사들이 방향을 정하는 과정은 왜 쉬워보였을까요? 그 과정에 참여한 적이 없어서 그런가... 그런 Top-down 구조에서는 한 목소리로 말 하도록 만드는 게 좀더 수월한 걸까요? 


 탑 다운(Top -> Down)이 좋은 방식이냐, 수평적인 구조가 좋은 방식이냐는 논의 대상이 아니에요. 왜냐면 저희는 이미 수평적으로 가자고 이야기가 끝났거든요. 그러니, 수평적인 현 구조에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를 머리 싸매고 찾아야해요.


 구성원 중 한 명은, 우리끼리 의리가 생기면 비효율적인 소통 과정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메뉴얼화가 필요하다, 업무 방식의 일원화가 구축되면 이런 비효율이 줄어들거다고 말하는 구성원도 있는데 그 조차 잘 모르겠고요. 우리 일의 특성상 상황마다, 업체마다 항상 다른 방식으로 대응이 필요하니까요. 그렇다고 이렇게 아마추어 티를 내는 채, '경험이 쌓이면 프로처럼 대응하겠지....'하며 커리어가 쌓이길 기다리기엔 우리가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잰 걸음으로 매일 방황하는 중입니다.


 일거리는 찾으면 많다고 하죠? 창업을 하고 나니, 일 외적인 일들은 안 찾아도 첩첩산중 쌓입니다. 굳이 안 찾고 싶은데 말입니다. 의사소통 방식부터 인간관계 그리고 일 하는 방식까지, 맞춰야 하는 게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어요. 얼마전에는 일하면서 정이 든다 vs. 정 들면 같이 일한다로도 한참 이야기했다니깐요? 논의할 거리는 끝도 없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어려워요.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요. 어디가면 먼저 창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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