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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r 03. 2019

프리랜서로서 형성한 첫 가치관

나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최근 우리 팀에 일이 들어왔다. 그것도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유명 기업이다. 첫 업무치고 꽤 큰 건이라 우리팀원 모두가 설레면서도 긴장했다.


 들어온 일에 마음 설레는 것도 잠시, 작년에 다른 팀이 어떻게 했는가 들어보니 막막하기 그지 없다. 웃으면서 하는 갑질과 탑다운식 의사 결정 그리고 스타일링이 어려운 공간까지. 이 모든 게 막연한 두려움이 되어 덮쳐왔다.


 협회는 우리팀으로서도 첫 파티이고 나로서도 첫 스타일링이니 지켜보겠다는 말로 압박감을 선사했다. 나 스스로도, 지난 사례보다는 잘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드는데다 첫 포트폴리오니 잘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마음이 조급하다. 급하게 목공소 사람들의 모임에도 합류했고 여기 저기 목공 재료도 알아보고 집 근처 목공소에도 연락해봤다. 난리다, 정말. 그만큼 나는 지금 간절하다. 잘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작년 이 기업의 파티 사진을 보고 '왜 이거밖에 스타일링이 안 들어갔지?'라고 생각했다. 메인 부분에만 몰려있는 스타일링이 아쉬웠고, 그마저도 철거 후 자국이 남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로는 좋은 소리는 못 들었겠다 싶었는데, 왠걸. 업체 미팅을 가보니 칭찬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어깨에 힘이 더 바짝 들어갔다. 잘해야 하는데. 지난 번 보다 더 멋져야 하는데. 나 할수 있을까?


 이런 마음과 함께 실제 파티가 열릴 공간을 직접 방문하니, 허-참. 눈앞이 깜깜했다. 그제야 왜 작년 사람들이 그렇게 스타일링했는지 이해가 됐다. 여기에 이런걸 넣어볼까? 상상해도 들어가는 문이 좁아서 불가능. 저기엔 저런걸 넣어볼까? 하면 그 공간엔 동선이 확보가 안되서 불가능. 당췌 어떻게해야 여기를 새로운 공간처럼 탄생시킬 수 있을까.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의 나래를 멈추지 않았다. 그 복도에는 뭘 넣어봐야지, 메인에는 이런걸 넣어봐야지. 앞에는 어떤걸 세워야지 하고. 내가 할 수 있든 없든 해내고 싶어서. 내가 꿈꾸는 걸 막고 싶지 않아서.


 지금 이 일이 어찌보면 현재 내 상황 같다. 하고 싶은 마음, 그것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아직 기술이나 실력은 없는 딱 그런 상태. 막연히 두렵기만 하다. 


 그러니 나는 이번 일을 정말 잘해내야 한다. 지금 내 상황을 내 스스로 보여주려면, 그래서 내가 나를 인정하고 올해 일 년을 지속시키려면. 


나한테 가장 까다로운 고객은 나다.


 준비하는 이 모든 과정에 한치도 실망이 없기를. 단 한 순간도 후회가 없기를. 그 모든 과정이 아주 높은 만족도로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누구보다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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