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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09. 2019

하고 싶은 일을 외면하고 산다는 건

진짜 하고 싶은 일 맞아?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퇴사한 사람들 중 바로 원하는 길로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혹은 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전체 중 반절은 되려나? 아니다, 이건 너무 내 기준이다. 모든 사람이 나같을 리는 없어. 그래도 70% 이상은 되겠지? 그러면 나는 나머지 30%에 속하려나.


 오래 꿈꿔온, 10여년은 족히 간직한 꿈이 하나 있다. 다시 말하면, 십여 년은 외면하고 모른체 살아온 꿈이 하나 있다. 물론 살면서 그 꿈을 향해 달려볼까? 하는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다. 생각만 하다 이렇게 세월이 갔을뿐. - 왜 이렇게 세월이 빠른지 -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을 안하면 죽을 거 같지도 않았다. 그냥 저냥 살만하다. 굳이 꿈이 없어도, 꿈을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삶은 나름 잘 흘러갔다. 


 문제는 살다가 한번씩 크게 현타를 받을 때, 어김없이 그 꿈이 비집고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항상 이런 투정을 같이 데리고 오지.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나도 안다...


 하고 싶은 일을 외면하고 산다는 건, 사실 별거 아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 그리고 내 손의 남겨진 월급. 두 조건으로 합리화 명분은 충분하다. 이렇게 사는 게 내 신상에 크게 무리가 없기도 하고. 오히려 이렇게 사는 편이 나름 살만한 방법인 거 같다. 내가 가려는 길은 박봉에 야근이 넘쳐나는 세계니깐. 무엇보다 꿈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버거워도 괜찮은 나이가 되었다. 20대라면 꿈을 외면하고 산다는 사실 하나로 죄책감을 가질법하나, 30이라는 나이를 달면서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그럴싸한 이유도 더 붙였다. 게다가 다른 일들로 먹고 살았던 내 삶이 그렇다고 별로냐? 것도 아니다. 나름 꽤 재미있게 살았거든. 전 직장, 전전직장, 전전전 직장들도 그 나름대로 즐거웠다.


 그래서일까. 내가 앞서 두 번의 퇴사 후에도 원하는 길로 가지 않고, 좀더 간지나고 편해 보이는 길을 선택한건? 가고 싶은 길이 힘든 길이라는 걸 알아서 이제껏 내 안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모른척했나? 그런데 말이야, 딱 봐도 힘든 쀨(!)인데 굳이.... 아니, 알지. 나도 저 길이 내 적성에는 맞을 거 같아. 그리고 잠깐 맛뵈기로 봤을 때 재미있었거든. 하지만 내가 저 선택을 하는 순간 나는 분명 박봉인걸. 내가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사람이라는 게 이렇다. 손에 쥔게 생기니까 그게 작든 크든 놓기가 싫다. 대기업만큼은 안되어도 나 한명 먹여 살리기에는 나쁘지 않은 연봉, 꽤 손에 익은 직무, 간지나는 회사 타이틀. 이런 것들을 한번 맛보고 나니 힘들고 빡세고 영세한 인더스트리에 들어가는 게 두렵고 겁난다. 대학 시절에는 돈이, 지금은 돈 + a 조건들이 나를 붙잡는다. '님아, 제발 그 길을 가지 마오.' 하고.


 누가 보면 웃기지도 않겠지? 변명과 변명들로 점철된 세월이 몇번 흘러 가니 어느새 십년이 흘렀다. 시간은 빨랐고 내 용기는 느렸다. 20대를 살만하게 보내고 나서야 - 생각해보면 딱히 안 빡셌던것도 아닌데 - 30이라는 나이에 접어서 내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 이거 힘들어? 그래도 하고 싶니? 


 과연 5년 후의 나는 첫 번째 질문에 'YES'라고 대답하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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