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게 정말 심했었다.
그때는 20대였고, 번듯한 직장인이었고, 남자 친구도 있었으며,
서울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30대이고, 곧 1년째 백수.
그리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싱글이다.
약 9월째 부모님 집에 머물고 있다.
살고 있는 게 맞겠다.
2020년 내 계획은 작년 캐나다 워홀이 끝난 후
장기 배낭여행을 떠나는 거였다.
2016년에 시작된 배낭여행의 연장으로 이어지는 여행이었는데, 작년 말에 롱디 중인 남자 친구를 만나러 브라질에 갔을 때 뜨거운 사막을 걷다 목 뒤에 일광 화상을 얻었다.
그 작은 부분을 시작으로 전신에 빨간 점박이 발진이 퍼져 나갔다. 얼굴부터 발까지 모두.
한국으로 돌아왔다.
원래 피부염이 있었지만 그렇게 심한 건 손에 꼽힐 정도다.
치료만 하고 다시 여행길에 오를 생각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으로 안전하게 돌아온 1월 말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늘기 시작했다.
피부 회복 속도는 너무도 느렸다.
연고 부작용인지 빨갛던 부분은 가라앉고 오히려 백반증처럼 하얀 점박이들이 생겼다.
식사량을 줄이고, 채식과 과일 식단을 대폭 늘렸다.
몇 개월 뒤, 차츰 괜찮아졌다.
정말 다행이다.
한참 심했던 시기에는
샤워 후 내 전신을 보는 게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때 그냥 외쳤다. 나에게.
‘나는 아름답고, 건강한 피부를 가진 피부미녀다.
(또는 피부모델이다.)’
무당벌레처럼 혹은 점박이 개구리 같은 피부를 보면서
현실과 다른 말을 하기가 괴리감이 있었으나
지금 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좋은 생각뿐이었다.
그저 누군가 말하길 되고 싶은 모습이 되려면
현재형으로 외치라는 말을 믿었다.
지금 그때를 생각해보면, 생생하지만 까마득한 날처럼 느껴지곤 한다. 불과 몇 개월 전인데도 말이다.
여전히 피부색이 완전히 맞춰지진 않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정말 다행이고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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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이 많이 멀어졌다.
어쩌면 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걸어 나왔다.
이제는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예전에 휴무에는 무조건 약속을 잡았던 나는 마치 타인으로 느껴질 만큼 집에 있는 게 편안하다는 기분이 든다.
잘란 루딘 루미의 여인숙이라는 시처럼
감정, 생각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기뻐할 것도 크게 슬퍼할 것도 없는 그저 자연스러운 상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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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의도했고, 또 다른 반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 시간의 의미는 훗날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거라 믿는다.
행여 그때 아무런 의미가 없어도, 이 선택을 한건 나라서 오롯이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한다.
계획은 30대, 배낭여행을 통한 경험 쌓기였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백수로 부모님 집에서의 생활도 내가 사랑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늘 그렇듯 어떤 모습의 나라도
나는 나를 믿고, 사랑할 것이다.
(30대가 되어 기쁜 건 어느 정도 삶의 경험이 쌓여 내 앞에 놓인 일이 너무 두렵지는 않다는 것이다.
30대의 여유를 사랑한다.
잘 될 거라 믿는다.
세상에는 많은 방법과 법칙이 존재하고 성공한 스토리가 있지만, 나라는 사람의 세계는 내가 직접 경험하고 이끌어 가야 하는 거라 때로는 옳은 방식이라 알려주는 많은 조언들이 나의 방식과는 다를 수도 있다.
일단 경험해보고, 그 안에서 배우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