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둘, 어쩌면 결혼 적령기 천천히 빗겨나가는
시점에 서서 나와는 지구 반대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결혼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문득 내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는 걸
느낀건 이를 떠올렸을 때 고통, 희생, 권태로움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는거다.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내가 태어나
처음 보는 결혼 생활의 표본은 우리 부모님이었다.
뭔가가 깨지고 부서지고, 큰 소리나는 사건 사고 속에서
자라나 결혼이라는 생활이 사람에게 있어서 고통을 주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은 듯 하다.
부모님의 결혼생활이 어언 35년을 향하고 있음에도
그런 소란은 형태만 조금 바뀌었을 뿐, 왜 이혼을 하지 않고 이 생활을 이어가는 것인가에 대해 끝없는 물음표와 눈물을 자아내곤 했다.
여전히 답은 알 수 없는 일이라 무엇이 이 두분을 남에서 가족으로 맺게해 그 인연이 이리도 질긴 것일까.
둘을 갈라서지 못하게 하는 마음의 잔여물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아마 그건 미성숙한 어린 나이에 만나 낳게된 육남매에 있을거라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남편과 아내를 떼놓고 아빠, 엄마로 보면 부모님은 여느 부모님보다 자녀들에게 희생했음을 나는 느낀다.
엄마는 가끔 후회를 섞인 푸념을 털어놓곤 하는데,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의 양육 책임 없는 행동에 어린 나이에서부터 엄마없는 가난한 집의 딸로 컸다고 한다. 누군가 물건을 잃어버리면 당연스레 엄마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그 어린 초등학생이었던 엄마의 별명은 박거지였다고 한다.
그런 모진 환경 속에서 엄마는 초등학교도 반은 거의 못 가며 겨우 졸업해서 우리 엄마의 최종학력은 초졸이다.
그런 고된 경험 속에서 엄마는 절대 우리애들만은 엄마 없는 애 소리를 듣게하지 않겠다며, 강박적으로 이 가정을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려고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
왜 이혼을 하지 않느냐.. 울며 물었을 때도 엄마는
어차피 이혼을 해도 애들 경조사에는 만나게 되어 있다는 주변 언니들의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냥 따로 또 같이 라는 생각과 매일 아침5시쯤 동네 산으로가 내려놓음 또 내려놓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 깊이를 엄마는 미혼인 너는 알 수 없을거라했다.
엄마의 마음은 너가 아이를 낳는 순간 그때부터 알게 될거라 말하는 통에 나는 깊이를 예상만 할 뿐, 여전히 모르는게 맞다.
아빠는 또 어땠는가, 사실 우리 아빠는 어릴 때 꿈이 개그맨이었다고 한다. 고등학생때 앞에 나가 사람들을 웃기기를 즐겨했던 까불이 학생이었던 듯 하다. 아빠는 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30년이상이 훌쩍 넘었음에도 그때 그 친구들과 여전히 술잔을 기울이며 관계를 이어나간다.
주변에 친구라 부를만한 사람이 없다는 엄마와는 대조적으로 아빠는 친구와의 관계를 소중히하는 사람이다.
그런 대조적인 관계 탓에 꽤나 긴 시간동안 부모님의 갈등 을 조장하는 요소는 아빠의 친구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잦은 술자리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었다.
아빠는 대체로 긍정적이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만 속마음은 쉬이 내보이지 않으며 묵묵히 인생을 이어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술을 마시면 큰 소리를 내고 아마 속에 삭혀두었던 모든 감정들을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토해내곤 한다.
사람은 어느 방식으로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이 결혼이라는 생활을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누군가는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은 느낌이 첫만남에왔다고 하고, 이 사람과 함께하면 행복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잘 헤쳐갈 수 있겠다고 말하는 그런 이유들이 나에게는 공감되지 않는다.
물론 이 사람과 결혼을 하면 어떨까? 결혼을 해도 괜찮겠다 하는 사람이 두어명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엔 전제가 있었는데, 20초중반의 나름 어린나이엔 이 사람이 너무 좋은 사람인건 알겠지만 아직 연애를 더 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들도 만나다가 정말 결혼적령기가 되면 그때는 이 사람과 결혼하리라… 하는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마치 그 사람이 영원히 내 주변에 있을 것처럼, 나는 놀거 다 놀면서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있어주리라는 그런 치기어린 생각을 한 것이다.
다음은 첫눈에 이 사람과 결혼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경우인데, 그런 생각은 한 여름밤의 달콤한 추억만 있고 그 안에 고된 현실이 있는지 몰라서 금방 풀이 죽어버린 인간 하나만 남게 되었다.
결혼을 안 하고 싶은건 아닌데, 아직 자유로운 결정 속에하고 싶은 일이 꽤 있다.
둘러보고 싶은 세상이 있는데 오래도록 함께 할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지금 이 혼자라는 생활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외로움이 둘이 되는 생활에서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거라 생각한다.
어떤 자리에서든 명암이 있듯 지금의 내 위치든, 결혼한 기혼자의 위치든 좋은게 있으면 안 좋은게 있는
그저 하나의 인생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의 총 합체일 거란 생각이 든다.
부디 어느 위치에 놓여있든 너무 상심하지 말고,
삶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작은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