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어를 배웠다고 느낀건 초등학생때 어학실 같은 곳에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영어 노래.
그리고 중고등학생때 혹시 내 차례가 올까봐, 나에게 영어를 해보라고 할까봐 두려웠던 기억이 있다.
영어를 배웠다는 느낌 보다는 원어민 선생님이 잘생겼었다는 기억,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에서는 열심히 영어단어를 외웠던 기억도 있다.
영어를 왜 해야하는지 몰랐고, 그냥 과목에 있어서 영어를 했었는데 대학생이 되니 또 영어 시험을 봐야하더라.
그냥 대충 찍었던 기억만 있다.
그리고 첫 직장에 입사했을 무렵, 원장님 남편분이 영어선생님이라 직원이었던 우리 네명에게 영어를 매주 한번씩이었나 가르쳐주셨었다.
그 중에 나는 유난히 영어 발음과 실력이 없어서 지금까지도 선생님이 나를 보며 답답해하는 표정과 윽박지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발음은 여전히 좋은 편은 아니라서 그때는 오죽했을까.
우리는 긴 세월을 그것도 어린 초등학생때부터 어른이 된 직장인이 되어서도 영어는 꼭 해야하는 숙제처럼 남아있는데 도통 늘지 않는다.
이것이 핑계일 수 있겠지만 우리 엄마는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했고 한글 맞춤법도 서툴러 여전히 글쓰는 일을 망설이곤 하는데,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게 만들곤 한다. (우린 이걸 엄마체 라고 부르기로 했다.)
내가 2016년 이후부터 배낭 여행을 시작하고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길 위에서 우리 엄마 나이대의 어른들을 종종 마주치게 되는데,
영어가 유창하신 분들, 대학교를 나온 사람들을 볼 때면
나는 우리엄마가 그 사람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우리 엄마는 분명히 엄마(외할머니)를 일찍 여의고 4명이나 되는 동생을 챙기느라 어릴때부터 남의 집가서 파출 생활을 했던 일, 열심히 돈을 모아 빨간색 작은 티비를 사서 집에 뒀지만 정작 본인은 그 티비를 볼 시간이 많지 않았던 일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었다.
그런 엄마는 공부할 시간이 없었고 기회도 없었다. 어린나이에 결혼도 일찍해서 우리 6남매를 낳았으니 어디 공부할 때가 있었겠는가. 엄마의 인생은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처리하기에 바쁜 아둥바둥하는 삶이었을거다.
나는 그런 엄마를 외모적으로나 타고난 재능 같은 것들이 참 많이 닮아서 그런가.
언어 능력 특히 영어를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통 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부터 여행을 시작했고, sleep 이라는 단어를 slip이라고 자신없게 적어내렸던 기억이 있다.
다른 어떤 말보다 괜찮다는 말을 배우고 싶었다.
그거면 뭔가 다 될거 같아서.
같이 인도를 여행했던 동행자 언니의 영어는 무척이나 유창했고 지나가다 한마디씩 나눈 외국인들도 언니의 영어를 칭찬하곤 했다.
그런 언니가 하는 말 중에 that’s okay. 라는 말을 가져다가 배웠다. 누군가 어디 불편하지 않아? 괜찮아? 라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말하는게 그때의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여행 중에도
i don’t speak enlgish (very well) 이라는 말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는지 자꾸 까먹고 확인해보곤 했다.
그럼에도 많은 국가를 여행했고, 호주,캐나다,영국워홀을 하며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볼 수 있었다.
돈은 없지만 스스로를 유학해보내고 싶었던 소망이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워홀을 가는거였다. 육남매 중에 셋째에게 돌아올 지원비는 없을거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 나는 어릴적 그 흔한 학원에도 다녀본 기억이 잘 없다. 학교 끝나고 학원 가는 친구들, 학원 동기가 된 친구들이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
시간은 흘러 영국 워홀이 끝나갈 무렵의 2023년 2월.
나는 7명이나되는 우리 가족의 첫 유럽여행 가이드를 맡았다. ( 항공권부터 숙소, 이동편, 일정 그리고 통역까지 총괄했다)
일단 3개국 워홀을 하면서 주변 여행도 많이 다녔던지라 여행 경험이 충분했고, 최근엔 영국 런던의 5성급 호텔에서 1년 반이상 근무했던 경험도 있어서 영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안전하고 무탈하게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만은 않지만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점. 어디가서 영어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여전히 번역기가 필요할 때도 있고, 문법적으로 정확하지 않아 틀리는 것도 많지만 내가 여행을 하고 해외에서 근무하며 배운 건. 영어는 우리가 가진 수많은 의사소통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이다.
당신이 영어를 하지 못한다해도 해외에 나갈 수 있다.
그대신 고생은 많이 할거다.
당신이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만큼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나도 여전히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이라 무엇이 정답입니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만 말할 수 없지만, 영어 자체를 목적에 두지 않고 하고자 하는 것의 친구쯤으로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영어라는 친구와 길게 보고 천천히 걸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