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reversibility and causality

SEB♩S

 어떤 만남과 착각은 인생에 깊은 자국을 남긴다.

 김태리는 김민희를 만나 사랑과 인생에 눈을 떴고, 이선균은 김민희를 만나 인생의 나락을 경험했다. 전도연은 설원에서 공유를 만나 혼자가 되었고, 송강호는 사진관에서 공유를 만나 밀정이 되었다. 이병헌은 자신이 내부자들이라고 착각했고, 김윤석은 자신이 도사라고 착각했다.

 나는 그들을 만나 내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 이기적인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 생각했고 그래서 진정으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배려했고 상대를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생각했다. 모두가 실수했기에 누구의 실수도 눈 감아줄 수 있었고 모두가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기에 나 역시 내 감정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었다. 우리가 혈기를 섞어 공간에 내뿜은 말들은 끝없이 우리의 주위를 맴돌았고 우리는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그 시간의 일들을 방금 일어난 일처럼 얘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착각했다. 내가 영원히 내부자들일 것이라고.

 어떤 선택은 인생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라이언 고슬링은 존 레전드와 함께 투어를 떠났고, 빌 나이는 금연을, 도널 글리슨은 빌 나이를 포기했다. 디카프리오는 마리옹 코티야르의 팽이를 돌렸고, 매튜 맥커너히는 가르강튀아로 뛰어들었다. 테런 에저튼은 퍼그를 쏘지 않았고, 왕페이는 양조위의 집으로 들어갔고, 탕웨이는 양조위에게 달아나라고 말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고 우리는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선택한다.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짓쳐들어와 무심하게 흘러가 버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끊임없이 선택해 나갔고 그 선택은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풍경을 결정했다.

 고민하거나 무시했고, 포기하거나 실행했다. 기뻐하며 행복해했고, 후회하며 좌절했다. 외면하고 도망쳤으며, 책임지고 받아들였다. 돌아갈 곳도, 그곳에 있던 사람도, 그 날의 분위기도, 그 시절의 나조차도 모두 아스라이 멀어지다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박하사탕이 짓밟히는 그 순간에 설경구는 이미 철로 위를 향하고 있었고, 그날의 나와 오늘의 네가 결정을 내린 그 순간에 나비는 하늘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