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무렵에 양치를 하다가 헹굼물을 뱉지 않고 삼켜서 엄마에게 크게 혼난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어린아이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른이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며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면 정말 그러진 않을 거라고 장담했는데 막상 내가 육아를 해보니 내가 얼마나 자만했는지 알게 되었다. 28개월인 딸을 등원시키기 위해 딸과 함께 외출 준비를 하다 보면 인내하는 순간이 많다. 등원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TV를 더 보겠다고 하고 양치 다 했는데 요구르트를 먹겠다고 하고 체육수업이 있는 날인데 공주 원피스를 입는다고 하는 딸을 어르고 달래서 준비를 겨우 끝내고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카시트에 태우려는 순간 딸이 지금 막 바지에 쉬를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순간 4살 딸을 앞에 두고 자제력을 읽고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나 스스로가 실망스럽고 우울해지면서 아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도 맞고 엄마도 사람이라 화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고 화가 나는 엄마의 모습이 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볼 때가 그렇다. 작은 예를 들자면 명절에 친정에 가서 고스톱을 칠 때가 있다. 친정엄마와 남동생 그리고 남편까지 둘러앉아 각자 만원을 꺼내놓고 누구 하나가 돈을 다 읽거나 정해진 시간까지 게임을 한다. 남편은 광을 팔고 친정엄마와 남동생을 상대로 고스톱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피박에 광박까지 쓰고 있는 엄마가 갑자기 남동생과 나에게 쇼당을 외쳤다. 쇼당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쇼당을 받지 않고 게임에서 지면 쇼당을 외친 사람의 실점까지 책임을 지게 된단다. 본인의 실점을 왜 다른 사람에게 책임지게 하려는 건지 순간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쇼당을 외친 엄마에게 크게 화를 냈다. 아마도 전에 엄마가 내 신용카드를 쓰고 생긴 빚을 어쩔 수 없이 내가 갚으며 생겼던 화도 덧붙여졌던 것 같다. 화를 내고 시간이 좀 지나니 남동생과 남편에게 미안하고 민망했다. 재밌자고 시작한 게임이었고 보통 고스톱을 하면 우리 중에 게임의 최종 승자는 엄마였기에 기분 좋게 돈을 잃을 마음이었고 운이 좋아 내가 돈을 딴다고 해도 엄마에게 드리려 했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효도는 부모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해서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내가 못 해 드린 것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며 후회할 나를 상상해 본다. 후회를 줄이고 싶어서 부모님께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것을 사드린다.
지금은 쇼당을 외치는 엄마가 싫지만 나중에 엄마가 돌아가신다면 쇼당 그게 뭐라고 매번 쇼당을 외쳐서 엄마의 실점을 내가 지불해야 한다고 해도 그런 엄마가 내 곁에 있기를 바라겠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은 이해가 안 되고 싫은 모습이 보이더라도 화내지 말고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감사하며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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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내가 늙었을 때 내 딸이 내 어떤 모습이 싫다고 하면 나를 바꿔보려고 노력해봐야지.
또 이렇게 나는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자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