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하는 말

by 이나은

한강 선상 레스토랑에서 소개팅을 한 적이 있다. 창 밖의 야경 덕분에 첫 만남의 긴장보다는 근사한 장소를 예약한 센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컸고 그 덕분인지 그 날의 대화도 즐거웠다. 첫 만남을 마무리하며 상대는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고 했다. 이 레스토랑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는 다시 오지 말아달라고 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소개팅 후에도 몇 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나는 끝내 그 장소에는 다시 가지 못했다. 그 남자의 제안 뒤, 어떤 공간이 주는 추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장소는 다른 사람과는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장소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나눈 이야기들 중에는 또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종종 가까운 사람에게 나의 은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그 대화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20대 시절의 나는 내가 느꼈던 감정을 가까운 사람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이야기하고 공감받고 싶었다. 동성친구이기에 꺼낼 수 있던 이야기를 친구의 남자 친구가 알고 있을 때 느꼈던 당혹감을 잊지 못한다. 인생선배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나의 콤플렉스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는데 조언은 돌아오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날 때마다 앵무새처럼 내 이야기를 반복해서 실망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우리끼리 했던 말은 그냥 우리만 아는 이야기로 묻어두고 싶다. 우리가 함께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할 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이야기의 당사자가 그 말을 할지 말지 결정할 선택권을 주고 싶다.


마흔을 앞둔 지금의 나는 내가 하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가까운 사람에게 미주알고주알 말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모든 이야기에 공감을 받을 수도 없고 또 상대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른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쏟아내는 말들로 피로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여럿이 만나게 되는 모임에 나가면 말하기보다 듣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렇게 노력하다가도 어느 순간 기분이 업되어서 꼭 하지 않아도 될 말들까지 떠들고 온 날은 혼자가 된 시간에 내가 또 왜 그랬을까 후회한다. 일단 내가 뱉은 여물지 않은 말들은 돌려 담을 수가 없다.


남들이 내가 한 이야기를 내 동의 없이 전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일단 생각보다 말을 먼저 뱉고 있는 내 입을 잘 단속하고 싶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고요한 사람으로 한번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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