휩쓸리지 않는 사람

by 이나은


작년 여름. 뒤늦게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회식자리에서 누군가 함께 일하는 한 여직원에 대한 불만을 입 밖으로 꺼냈고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마디씩 덧붙여 불만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때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다수의 생각과 다른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남자 주인공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휩쓸리지 말자고 다짐해야 할 만큼 나는 휩쓸리기 쉬운 사람이다. SNS에서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사진을 보면 나도 여행이 가고 싶어 남편을 볶아대고 천만이 넘은 영화는 보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고 해도 봐야 할 것 같고 딸의 친구가 영어 수업을 시작했다고 하니 내 딸만 영어교육이 늦어져 뒤처지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게 된다.



‘이게 좋다더라.’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자기가 그 대상을
아주 잘 알지 못하기에 일어납니다.

-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일훈, 송승훈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더욱더 귀 얇은 사람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보다 책을 잘 모를 땐 베스트셀러에 영향을 받았고 무슨 무슨 문학상,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소설과 같은 타이틀을 보며 흔들렸다. 막상 읽어보면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책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읽은 책을 꼭 나도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인생 소설이 나에겐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남의 판단으로 내 판단을 대신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늘 배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기초체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물과 어떤 사람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게 성장한다고 해도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또 다른 의지와 체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아지도록 설득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막연한 느낌보다는 근거를 들어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낼 필요는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침묵을 지키는 사람을 보며 같은 생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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