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을 발견하는 사람

by 이나은


12월에 태어난 딸은 27개월이지만

벌써 4살이 되었다. 미운 네 살.

기저귀도 떼기 전에 반항이 시작되었다.

일단 엄마가 하는 말에는 "싫어"부터 대답하는 딸

배고프다고 해서 밥을 주면

맛없다, 배부르다 토를 달며 밥 먹기를 거부하고

사탕, 주스, 초콜릿을 달라고 고집부린다.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수저를 던지고 밥그릇을 엎고 소리소리 지르며 울기 시작한다.

목욕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목욕하고 싶다고 해서

목욕물 받고 준비하면 목욕하기 싫다고

욕조에 앉기를 거부하면서 또 울기 시작하는 딸

그런 순간이면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혼내며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주먹을 꽉 지려고 딸을 낳은 게 아닌데

결국은 엄마 말 듣지 않으면 무시무시 괴물이 오게

혼자 둘 거라는 협박을 하고 나서야 이 실랑이가 끝이 난다.


이런 날은 딸을 재우고 나며 기운 쏙 빠진 몸과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책에서 배운 육아는 왜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건지

늘 부족한 엄마이지만

오늘은 못나기까지 한 엄마가 된 것 같아

우울해 마음으로 잠도 오지 않는다.


어릴 때 나는 엄마에게 사랑의 매를 맞으며 성장했다. 엄마가 엄하게 나를 훈육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지만 가끔은 엄마의 사랑의 매가 아무리 생각해도 감정조절에 실패한 폭력이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의 기억이 있다.


엄마가 꼭 되고 싶었고 엄마가 된다면 절대 사랑의 매는 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육아를 하면서 우리 엄마가 이래서 매를 드셨구나 딸이 부리는 고집은 나를 닮은 거구나, 엄마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사랑의 매는 안된다고 깊고 거친 한숨을 몰아쉰다.


가끔 모든 것이 순조로운 날도 있다.

밥도 잘 먹고 목욕도 잘하고 그런 날은 딸이 너무 예뻐서 옷을 입히기 전에 로션을 발라주며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면 간지러워하면서도 너무 좋아한다.

뭘 알겠나 싶게 어린아이도 자기가 사랑받는 순간 엄마의 작은 행동에서 애정과 미움을 감정을 읽는다. 더 사랑해 달라고 "또, 또"를 외친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딸이고

사랑해 주려고 낳은 딸인데

딸이 성장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닐 수도 있겠지 내가 바라는 딸의 미래와 딸이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르다고 해도 끝까지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게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인데


생각해보면 나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다.

남동생에게도 남편에게도

장점은 굳이 말로 칭찬하지 않았고

아쉽다고 생각되는 단점만 이야기를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도 멋진 사람이지만

단점을 보안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당근보다는 채찍질만 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 <아몬드>에서

"사랑. 그게 뭔데?"라고 주인공의 엄마가 묻자,

할머니는 "예쁨의 발견"이라고 답한다.


앞으로는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편에게 왜 이렇게 표정이 없냐는 말 대신

"오빠는 웃을 때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너무 예쁜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날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예쁨을 발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