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소개팅을 주선해주면 적어도 세 번은 만나보려고 노력했다. 한 번의 짧은 만남으로 누군가를 다 알 수도 없다고 생각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와의 두 번째 만남을 원하지 않는 상대도 있었고 도저히 세 번은 못 만나겠다고 생각했던 상대도 있었다.
서울역의 한 레스토랑에서 그 남자를 처음 만났다. 만나기 전 통화에서 내 목소리가 좋았다며 첫 만남부터 내게 호감을 보였다. 나에 대해 궁금해했고 내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줬다. 쉬는 날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나는 [이터널 선샤인]을 말했다. 그 대화는 아주 짧게 지나갔는데 그 사람은 잊지 않고 다음번 만남에 영화를 챙겨보고 나왔다. 나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노력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그 남자는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의 주인공은 ‘조엘’과 ‘클레멘타인’ 인이 아니라 ‘매리’라고 했다. 나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고, 상대는 정색했다. 마치 자기가 하는 생각이 정답이라는 듯 내가 그 의견에 동의할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할 것 같았다.
그 순간 생각했다. 피곤하다. 이 사람과 얼른 헤어지고 집에 가고 싶다.
어떤 기업가는 면접을 볼 때 한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생각은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며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화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열린 생각을 할 수 있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지고 있는 사람.
자기 말만 맞다는 사람. 설사 속으로는 내 말이 맞고 네 말은 틀리다고 생각한다고 할지라도 상대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시늉도 하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에 내 시간과 체력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