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로 ‘배움 현장’의 판을 바꾸자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고교학점제로 ‘배움 현장’의 판을 바꾸자


우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 이 아니라 참배움과정으로 “배움을 즐기는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촛불을 들고서 숱한 겨레가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소리 높여 외쳤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말로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 굳게 세우는 나라사랑 ․ 겨레사랑의 길이며 ‘배움 혁명’으로 이끄는 실천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판’을 바꾸려면 꼭 해야 할 일은 나라임자들에게 ‘가르침(교육)’이 아닌 ‘배움’을 내세우고 ‘배움권’을 누리는 것이다. 저마다 ‘창의성’이 생기고, 그들이 ‘역발상’을 맘껏 하도록 나라가 돕는 것이다. 좋은 생각을 저마다 떠올리도록 ‘묻는 것’에 거리낌이 없게. 그러자면 이제라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배움지기(교사)라면 참배움을 위해 스스로 배움의 본보기로 새 시대의 부름에 나서야 한다.


학교 사회를 보는 관점이 ‘교육’에서 ‘배움’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 사회를 보는 관점이 ‘교육’에서 ‘배움’으로 바뀌어야 한다.


① 전국 49곳의 자사고가 1,500여 일반고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고교평준화제도가 자사고의 등장으로 유명무실해졌고, 고교서열화를 조장해 평등 교육의 가치를 무너뜨렸다. 입학만 하고 나면 SKY입학생 수로 일류고등학교 여부를 가려 줄 세우는 현실에서 ‘귀족학교’는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 하는 학교가 됐다.


①에서 보듯이 그동안 대한민국에서는 중등학교가 교육을 내세우며 ‘대학입시’에 얽매인 채 학생들끼리 개인 능력인 ‘성적’이나 ‘스펙’을 올리고자 등급을 지우며 서로 겨루는 곳이 되었다. 곧 특수 목적을 지니고 계약과 규칙으로 만들어진 이익사회(게젤샤프트)로 보았다.


이와 달리 학생들은 따로 또 함께 힘을 모아 ‘참’을 배우는 곳으로 학교에서 활동해야 한다. 그래서 종합적인 시각과 창조적인 능력, 자율과 연대를 강조하며 함께 어울린 사회(게마인샤프트)로 학교를 봐야 할 것이다.


② 2019학년도부터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이 폐지돼 일반고와 동시에 학생을 뽑게 된다. 현재보다 학생들을 먼저 선발하던 외고·국제고·자사고는 일반고와 동시에 입시를 실시하고, 올해 4분기에 관련 법령(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또 2019년부터는 이중지원을 금지해 1개학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해 휩쓸어가는 것을 막아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자사고·외고·국제고 중 운영 성과평가가 기준에 미달한 학교는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②와 같은 흐름의 변화를 주목하게 된다. ‘교육서열화’ 해소를 지향하며 ‘교육받을 권리’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헌법 제 31조 1항)”라고 한 것과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교육기본법 제 3조)”라고 한 것을 든다.

하지만 이처럼 ‘학교교육’을 시행하며 현행법에 평등교육, 고교 평준화를 근거로 두었는데도 현실은 어떠했던가? 자사고 등에서 가난한 학생들은 꿈도 꾸지 못하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대학입시준비나 시켜오지 않았던가? 더욱이 1911년 조선교육령 뒤로 바보만들기(우민화)의 ‘식민교육’, 그 연장선에서 ‘독재교육’이 쌓여진 배움현장의 판을 확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배움’을 바라지(지원)하는 관점의 변화로 비롯할 것이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쪽으로 시험을 바꾸는 ‘배움 혁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배움 혁명의 처지에서 시험으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배움 혁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치르는 ‘시험’이란 무엇인가? 이제까지처럼 수험생을 ‘지배’하는 것이기만 할까? 시험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수험생의 ‘자라남’을 돕는 도움이가 아닌가? 시험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만 생각과 틀을 바꾸면 우리는 시험으로 자라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새희망은 참배움에 있고 참배움은 시험 혁신으로 앞당길 수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도 선다형 ‘수학능력시험’에 논서술형을 ‘반영’하는 수준이 아니라 ‘논구술 수학능력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한편 ‘배움 혁명’을 위해 관점부터 바꾸어 ‘교육권’의 학교 운영을 ‘배움권’에 바탕한 학교운영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지능정보사회를 대비한 중장기 교육정책방향·추진전략 발표를 하며 밝힌 ‘고교학점제’는 ‘교육기본권’ 수준의 인식에 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움' 중심의 학교 운영 틀(체제)로 ‘판’을 바꾸어 고교학점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현재 정부 방침으로선 '수강신청제'인 듯하기 때문이다. 기초나 기본 교양에 대해 초등학교를 거쳐 ‘자유학년제’의 중학교 때까지 배움이 일어난 뒤 고교부터는 자신의 진로, 진학에 따른 배움으로 정말 듣고 싶은 학생들만 수업에 오기 때문에 수업의 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리라 기대한다.

고1 때는 통합과목을 문이과 구분 없이 필수로 배우게 하고 내후년 고2 때부터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줘서 서로 이수과목이 다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기 누적이 되면 이수과목 조합이 학생들마다 상당히 달라진다. 굳이 수학을 들을 필요가 없는 학생이라면 '난 수학 대신 역사를 더 많이 들을래' 이런 게 가능해지고 제2외국어에 관심 있는 학생이면 제2외국어 과목을 많이 선택해 들을 수도 있다. 일반고에서 제2외국어 과목을 충분히 개설하면 궁극적으로 외고도 필요 없어진다.

수강신청을 할 때 많은 경우 고2, 3학년이 같은 과목을 신청하게 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학년 구분도 절로 흐트러진다. 계열 구분 없는 선택은 이른바 융합 시대의 화두와도 맞는다. 융합이란 것은, 스티브 잡스가 캘리그래피 청강을 해서 나중에 매킨토시 서체를 만들 때 중요한 기반이 됐다. 계열과 상관없이 듣게 하면 자연스럽게 창의적 융합이 된다. 소규모 학교에 적합하다거나 교사 부족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있으나 한가람고나 충남 삼성고에서 보듯이 잘 운영되고 있다.

또 학점제를 하려면 낙제(F)가 있어야 하고 영국처럼 인증서를 주지 않아야 하지만 현행 단위제 틀 안에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줄 듯하다.

하지만 고교학점제는 이제껏 ‘교육기본권’ 수준에도 채 이르지 못한 학교 운영 틀을 벗어나야 한다. 중고등학생 성장을 돕는 학교생활기록을 제대로 하는 길은 어떠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배움' 중심의 학교 운영 틀(체제)로 ‘판’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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