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는 길목엔 자연 특유의 향이 사방으로 진동한다. 슬그머니 몸집을 부풀려 가는 생명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걷는다. 마치 레고블럭을 연상케 하는 아파트 단지를 잇는 길을 걸을 뿐이지만 어쩐지 숲 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만큼 짙은 내음이 곁을 스친다.
두어 차례, 봄이라기엔 제법 거센 비가 몰아치고 난 후 더욱 짙어져 있는
풀내음. 흙냄새. 그 투박한 향기들을 맡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어떤 것이라도 괜찮아.
마음 안에서 움트는 초록빛이 느껴진다.
마음의 가지가 뻗어 하늘을 향한다.
연한 잎을 맺고선 생명 가득한 봄의 기운을 담는다.
어제와 오늘의 구분 없이
매번 같은 자리를 뱅그르르 돌고 있는 시계를 바라볼 때의 꽉 막힌 답답함이
해소되는 듯한 기분.
같은 반복인데도 시간의 흐름보다 자연의 흐름이 더 와 닿는다는 것을 느낀다.
초록빛.
다시, 봄이 찾아왔다.
- 2018.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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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든 아이들의 등을 쓸며
너희 덕분에 엄마가 잘 자라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 밤이다.
- 2021.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