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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인간은 단 한 조각의 행복을 지니면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난 알고 있어요.
네 나이. 아짓 뭣도 모르는 나이라며 혀를 쯧, 하고 한심하게 바라보지 말아요. 그 조각 하나가 이리저리 구르며 잘도 구렁텅에 빠지지 않게 나를 지탱해 왔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 순간을, 지나왔기에 망정인 그 순간을 떠올리면요. 뜰채에 떠올려지는 물고기처럼 보여요 내가. 잡힌 물고기는 크나큰 불행을 안은 것이었겠지만. 나로서는. 가여운 인간 하나가 물 깊숙한 곳에서 건져 올려진 기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이런 변변찮은 삶을 살고 있는데도 기적이라 말하는 게 좀 우스울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외숙모, 당신이 구해주었죠. 우리 가족의 삶을. 사는 꼬라지를 보고 도저히 돌아설 수 없었다는 그 말에. 당신의 말에 잊고 있던 어린 시절 내가 일그러지던 모습을 떠올렸어요. 몇 개의 장면을 제외하고 그 시절의 우리가 어땠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지난 일들을 이야기할 때 나는 우리의 삶을 당신이 구했다고 생각했어요. 처참한. 꼬라지. 사람의 삶에 그런 말을 썼다는 건 말 그대로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는 거겠죠.
구해진 삶. 나는 거기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자유로움, 즐거움. 평범한 아이. 누군가와 어울릴 수 있는 일상생활. 천진한 웃음. 내 행복의 조각은 거기부터 시작돼요. 건져 올려졌을 때라야 숨을 쉴 수 있었어요. 어린 기억에도 나는 숨이 버거웠던 거예요. 호흡이 불안정했어요.
호흡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나요.
숨, 숨이란 건 말예요. 배워야 하는 거더라고요. 안정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마음이 고르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아무에게도 배우지 못했어요.
삶, 삶이란 것도 내 마음대로 풀어헤치면 되는 줄 알았지 뭐예요. 스스로 만든 난장인 삶을 내 몫으로 받아들이기가 이렇게 어려운 건 줄 몰랐다구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핑계가, 나이를 먹은 다 큰 어른이 할 소린가 싶겠지만. 그렇더라구요. 틀에 가두어진 인간이 갈망하는 자유와는 별개로, 처음 시작은 싹이 움을 틔우기까지는. 싹이 생의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적어도. 삶의 따뜻한 행태를 보고 배워야 하는 거더라구요.
외숙모.
인간이 살아있다는 게 대체 무어란 말인가요.
존재의 의미, 존재의 기쁨은 무어란 말인가요.
당신은 가난이 싫어 가난의 티를 벗기 위해 다만 부를 위한 삶을 꿈꾸었고, 꿈을 이루었죠.
헌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요. 당신이 내게 혀를 쯧. 하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니. 하고 말했을 때에도.
나는 고개를 저었어요.
나는 어떤 의미를 찾아가고 있어요. 사유하는 인간이 되고자 해요. 이건 최근에 마음먹은 삶의 태도입니다. 구해졌으니. 살아아죠. 다만, 나는 어떤 가난한 삶에 행복의 조각이 순간순간 채워지면, 삶을 살아가는 마음먹기가 적어도 미소 짓기를 원한다고 한다면은 당신이 추구하는 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지만. 조금 혼란한 속에서 계속해서 사유하고,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아가 볼게요.
구해줘서 고마워요. 언젠가 한 번은 말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