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냥이 "승리"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승리 얼굴을 보고 있자면 마음 편치 못할 일이 없는 듯하다. 내가 그렇게도 좋은지, 나만 보면 더 웃는 얼굴이다. 얼마 전에 친구 강아지 "봉이"가 생일을 맞이 했다. 봉이 엄마는 해마다 "봉이" 생일에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어준다. "강아지 생일파티" "몽몽이 생파"라고 할까... 어떤 분들은 뭐라 얹잖아 하실지도 모르겠다만, 이웃들과 "개 생일파티"를 핑계로 함께 모여 간단히 샌드위치와 국수를 삶아 브런치 겸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한적한 시골 자연 속에 사는 소소한 즐거움과 특권이 아니겠는가. "봉이" 생일 파티를 보며 우리 강아지들에게도 해줘야지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일 년 열두 달 내내 생일이지 뭐 이렇게도 예뻐해 주는데 뭐가 더 필요해?" 하지만 요즘 세상이라면 나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유독 기념일을 잘 챙기는 봉이 엄마와 누나들이 있기에, 생일 고깔모자도 씌우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잠시라도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강아지들이 사람들을 위해 연출해 주느라(사진을 위한) 힘들기도 했겠지만, "까까"로 유혹하며 사진 찍는 찰나를 잡느라 애쓰는 인간들을 보면서 오히려 즐기고 있는 듯하다.
강아지들 덕분에 덥고 짜증 나는 여름, 만남도 이어지지 못하는 답답함을 해맑은 웃음과 잠시 동안의 여유를 누리며 흘려보냈다. "강아지 생파" 아니어도 이전엔 자주 모여서 국수라도 삶아먹고 담소를 즐겼지만, 코로나가 발생하고부터는 잘 모이지 못한다. 아니 의도적으로라도 자주 모이지 않게 된다. 안 그래도 바쁘고 힘든 일상을 "코로나"라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우리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와, 닫아두고 막아버리는 답답한 일상으로 변모시켜 버린 것이다. 하물며 이런 한적한 시골에까지.
"개"라는 사람과 다르게 생긴, 주기만 할 줄 아는 "반려(伴侶) 가족"과 살고 있는 덕에 고맙게도 "사람 가족" 에게서 맛보기 힘든 "격한 사랑"과 "애정"을 받을 때가 참 많다. 잠시라도 집을 비운 후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열렬히 환영하고 온몸으로 반기며 기뻐하는 애들 아닌가! 어디 "사람 아이"가 그렇게 열렬히 환영해주랴...
문득 코로나 일상에서 강아지들이 없었다면 순간순간 얼마나 더 퍽퍽했을까 는 생각이 든다.
친구 "봉이"의 생일 파티에서 "보리"와 "승리" 그리고 닥스훈트 "후추"가 언제나처럼 사이좋게,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입가에 웃음이 맴돈다. 그러고 보니 그날 강아지 생일파티에서 정말 오랜만에 철없이 행복했던 것은 우리 강아지들에게서 위로와 순수한 기쁨을 얻었던 "사람 가족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