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전에 강아지들 광견병 예방주사 접종을 했다. 좋은 시절이라 군에서 카톡으로 광견병 접종한다는 연락까지 왔다. 접종장소로 가려다 큰 개들도 오면 애들이 놀랄까 봐 직접 연락을 해서 동물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할인된 접종비를 내고 두 녀석 다 접종을 했다. 승리는 워낙 작아 접종 안 시키려다 그래도 싶어 맞혔다. 사실 녀석은 이빨도 작고 스케일링 후, 하나를 빼내어 제 음식도 세게 깨물진 못한다. 강아지들은 아프다고 짓지도 않고 주사를 잘 맞았다. 옆에 있던 분들이 아가들이 순하고 말 잘 듣는다고 칭찬한다. "너희들도 남 보는데서는 더 착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구나 ~"
개들도 사람과 한 공간에서 살다 보니, 청결이나 질병에 대해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개를 위해서도, 사람을 위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광견병은 사람과 동물 같은 포유류를 숙주로 하는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에 의해 발생되는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광견병에 걸린 개가 사람을 물때, 바이러스가 침투해 사람에게도 감염시키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광견병에 걸리면 물을 두려워해 "공수병(hydrophobia)" 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단 감염되면 급성 뇌척수염을 일으켜 대부분 죽음에 이르게 되는 치사율이 아주 높은 병이다. 물론 요즘은 백신이 좋고 환경도 많이 개선돼 발병하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하지만,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매년 접종시키는 백신이다.
주사 맞고 잘 놀고 별 탈 없었는데 지난주 문득, 승리 목덜미를 쓰다듬다 보니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한 멍울이 잡혔다. 목덜미 살이 많아 그런가 싶어 다시 만져보니 멍울이 제법 크다. "아뿔싸 주사 맞은 것이 뭉쳤나 보다 " 살살 문지르니 아픈 건지, 싫은 건지 움찔거린다. 병원에 전화해보니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면서 코로나 백신을 예로 든다. 백신 맞아도 대부분 이상이 없지만, 아주 드물게 사람에 따라서 탈이 나지도 않느냐는 것이다. 광견병 주사는 근육주사라 생각해 주사의 자극으로 근육이 뭉쳤나 보다 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주사액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마침 승리 뒷다리가 아파 관절염약을 먹고 있는 중이라, 염증이라면 효과가 있을 테니 며칠 먹여보고 경과를 보자고 하신다.
주사 맞고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 예까지 들어가며 설명하시니 걱정이 됐다. 약을 먹이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봤다. 생각 외로 광견병 접종 후 멍울 생긴 얘들이 많았고, 어떤 얘들은 병원에 가서 주삿바늘로 멍울 속 액을 빼 검사를 했단 얘기도 있었다. 주사 후 잘 만져줘서 금방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멍울이 큰 상태에서는 너무 세게 문지르면 안 된다고도 했다. 한 달 이상 가야 풀린다는 얘기도 있어, 접종 직후에 잘 풀어주지 못한 것도 미안했고 2.3kg 밖에 안 되는 아이에게 혹 주사로 액이라도 빼게 되는 건 아닌지 염려하면서 약을 먹였다.
시간이 가면서 주사액이 근육으로 스며들어 작아진 것인지? 그렇다면 주사액이 근육 내에 뭉쳐서 약간의 염증끼도 있었다는 건지? 여러 의구심이 들었지만 다행히 멍울이 작아져 엊그제 병원에 가서 촉진해보고 약을 며칠 더 먹이면 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아진 멍울은 살살 주물러주라"는 말과 함께... 마음이 놓였다.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강아지들 예방주사 맞히는 것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함께 살기에 사람들의 건강과 위생관리도 중요하지만 강아지들의 건강상태도 중요하다. 사실 개는 생체리듬상 여러모로 사람과 닮은 점이 많아 예전에는 임상실험에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오래전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시절, 소련에서 인간 대신 최초로 우주로 보낸 포유류는 "라이카(쿠드랴프카)"라는이름(개 종류)의 개가 아니었던가. 사람을 우주로 보내기 전, 먼저 개를 보내 무중력 상태에서의 상황을 관찰코자 한 의도였다. 심한 스트레스와 기체 과열로 "라이카"는 지구로 귀환하지 못했지만, 지구 밖의 세계로 먼저 갔던 것은 사람이 아닌 개였다. "라이카"의 귀중한 희생은 "가가린"의 역사적인 최초의 우주비행으로 이어지게 하며, 개는 어디서든 "사람의 동무"라는 의미를 남겼다.
함께 살다 보면 닮아진다는 것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늘 옆에 붙어 다니며 사랑을 베풀어 주는 소중한 존재인 개들도 가족의 분위기와 특성을 안다. 그 조그만 몸으로 앙앙거리면서 어떻게, 짖어서라도 원하는 것을 표출한다. 주눅 들지 않게 키웠다는 뜻 이리라. 강아지들의 작은 몸짓도 느낌으로 대화하고 보살펴 주면서 원하는 것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사람에게도 예방과 관리가 소중한 일상으로 되어버린 요즈음, 함께하는 우리 강아지들과 건강한 동반을 위해 좀 더 신경 쓰고 마음을 나눠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