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내딛는 용기를 위한.
보리에게 밥그릇, 물그릇을 새로 사 주었다. 예쁜 나무로 만들어진 틀 위에 놓인 하얀 사기 그릇이다.
먹을때 힘들게 고개숙이지 않도록, 높이가 좀 있는 세련된 식기셋트를 돈을 제법 주고 샀다.
그런데, 내 마음도 모르고 새로운 것을 보고 낯설어 그런지 그 밥상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안고 그앞에 내려놓으면 발로 밀치고 떨었다. 보리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났다.
보리가 원래 좀 소심한 성격이라 우리집에 오기전까지, 많이 놀랬고 힘들게 산 강아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그런것 같다. 하기사 처음 만났을때도 철장에 있던 얘를 꺼내 안았지만, 나하고 근 10년을 살았지만, 그 성격이 안바뀐다. 이렇게 여리고 소심한 강아지라 약한데도 많고 탈도 많아서, 다른 얘들보다 더 정성과 사랑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몇번을 시도하다가 그 결국에는 그 밥상은 승리한테 주고 말았다
보리보다 1kg이상 몸무게가 덜나가는 치와와, 승리는 몇번 기웃거리다, 넣어준 과자를 잘 집어먹음으로써 예쁜 밥상을 획득했다. 2.1kg인 승리는 제 몸길이 만한 밥상을 얻은 것이다. 새로운 밥상의 도전이 두 강아지에게 주어졌다. 소심하고 예의바르지만, 눈치보는 보리는 결국 취하지 못하고 욕심도 많고 부지런히 발발거리는 승리는 과감하게 자기것으로 얻었다.
승리의 승리이긴 하지만, 한 발자국만 용기를 냈으면..하고 보리에게 드는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태어날때 부터 부여받은 성격(견종)과 어릴때 자랐던 환경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아쉬웠다. 보리에겐 아무리 좋은 것으로 해 줘도 지금 하고 있는 그대로가 편할 것이다.
개는 어느 동물보다 고정관념이 강하다고 한다. 영국속담에는 "늙은 개를 길들이려 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한번 고착된 습성을 바꾸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에 아기때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나의 귀여운 개 딸이긴 하지만... 두녀셕들을 대비해 보면서 '나는 어떤가'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것을 접할때 용기있게, 과감하게 시도하는가?.끈기있게 매달리는가! 비교적 그런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때론 주춤거리는 때도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고, 기억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살아온 환경에서 유추될 수 있는 다른 결과를 선택하기 위해 도전하고 응전할 수 있다.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면 못바꾸고, 바꿀수 있다고 생각하면, 바꾸게 된다. 소수인, 눌리고 사는 사람들, 눈치 받고 사는 사람들, 선천적으로 도전을 꺼리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다른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살 것이다. 선천적인 성격이나 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긴 하겠지만, 한걸음 내디디기만 한다면, 생각보다 더 나은 선택을 접할 수도 있을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한걸음 내딛는 용기가 도전이 되겠지.
( 정다운 보리와 승리,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