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들이 다 크지도 않았는데 지난달부터 누가 봐도 부른 배에 아무래도 또 임신한 것 같아 '왜 그리 자주 임신하니? 새끼들 젓먹일 때는 임신하지 않는다는데...'
'삼색아 ~ 해도 너무한다 ~ 아기들 젓 떼면 중성화 수술 해준다 했는데 배는 왜 불러오니?'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ㅠㅠ'
오히려 서운한 듯 바라보던 자그만 얼굴이 보고 싶다.
길냥이 하숙집을 넘어 집냥이 거주지가 돼버린 지 오래, 삼색이는 몇 달을 감기로 고생하며 애 먹이고 새끼들까지 감기가 들어 너무 힘들게도 했다.
삼둥이는 이젠 들락거리지도 않고 아예 집에서 아침, 저녁, 점심간식까지 먹고 솜이는 원래 집냥이답게 나간 적도 없다. 길냥이, 아니 집냥이 다섯이 온 마당을 휘젓고 다니니 귀엽기도 하지만 챙기기도 힘들다. 이른 새벽부터 현관문 앞에 모여 개성 있는 목소리로 '야옹야옹' 냥이 합창으로 하루를 열고 뜨거운 대낮에도 어떻게든 시원한 곳을 찾아 드러누워 발을 뻗곤 오수를 즐긴다.
밥을 줄 때면 등을 비비며 야옹거리고 나름 애교를 떠는 삼색이에게 '저리로 가 ~'하며 밀어낸 적도 있었다. '새끼는 왜 많이 낳아 힘들게 하니? 그리고 배는 또 불러오고...'야속한 마음에 살짝 미웠던 것 같다.
서운하다 느낀 건가? '제가 낳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미안해요~~~'라고 생각했을까?
근 2년을 집냥이로, 새끼도 두 번 낳고 정원 안주인처럼 잘 지키고 살았는데...
'조용한 곳으로 새끼 낳으러 갔나?' 생각했다가 여러 날이 지나도 얼굴을 비치지 않으니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론 어디에서라도 건강하게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올라온다. 예전엔 걱정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딴 데 서라도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생각지 않은 때에 또 올 수도 있고, 예측 못하는 삶을 사는 것이 묘생이기도 하며, 다섯 마리 보살피고 있는 고양이가 점령해 버린 정원의 현실도 되돌려놔야 하는 정원지기로써 정신 차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서다. 게다가 부른 배를 보면서 '또 새끼들을 낳으면 어떻게 하나... 지금 세 마리도 벅찬데...' 솔직히 걱정도 앞섰다.
무작정, 한없이 돌봐 줄수도 없는 것이 길냥이 돌보미(?)의 입장이 아닌가...
사실 암컷 고양이는 너무 안타깝다. 길냥이삶이 녹녹지는 않겠지만, 암컷은 특히 더하다. 임신하면 부른 배로 힘들고, 새끼 낳느라 고생하고 출산 후에는 모성애로 키워내느라 고생이다. 삼색이는 집이 있어 그동안 잘 지냈는데... 무슨 생각으로 집을 나갔는지? 혹 야밤에 돌아다니길 즐기는 삼색이가 무슨 변을 당한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야오옹~~ 저 왔어요"하고 다시 오면 반갑고 돌봐주고 오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며 데크에서 밥 주길 기다리는 삼둥이와 솜이를 돌봐줘야 한다. 작년엔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선 솜이만 남고 어느 날 사라졌는데(장성하여 떠난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호프와 별이 앵두는 아예 집냥이가 되어 정원에서 일하면 옆에 와서 놀자고 애교 떨고 쓰다듬어주면 또 해달라고 손으로 두드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