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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by opera

아침에 정원에서 살짝 언 듯한 붉은 장미와 분홍 장미를 잘랐습니다.

가지를 다듬으며 식탁 위에 있던 지난 아이들을 비워내고 새로 들입니다.

강가엔 물안개가 산이라도 품어 버린 듯 삐죽이 고개 내민 산꼭대기를 제외하곤 온통 하얀 세상입니다.

누렇게 버린 커다란 얼굴의 잘라내지 않은 수국 꽃조차 갑자기 찾아온 추위도 아랑곳 않고 툭툭 털며 일어나 해님을 맞이합니다.


요란스레 앙앙거리며 아침밥 달하던 솜이와 호프와 앵두는 배를 불렸는지 졸졸 따라다닙니다.


마당의 크고 작은 나무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깊어가는 가을 아침에 "안녕"하고 있습니다.

색색의 키 큰 백일홍과 아직도 보랏빛을 띠고 있는 숙근 버베나, 흐드러질 대로 흐드러진 라벤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고마움과 아름다운 선물로 충만히 채워진 작은 정원을 디디며 다니는

소중한 기쁨,

이런 소소함이 흙을 밟고 사는 맛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픔을 욕심 없어

멀리서나마

아직 온전히 깨어나지 않은 청량함을 가득 담아

꽃 풀 바른 후 가을 하늘로 부칩니다.


선생님!

어제보다 맑고도 빛날 오늘!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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