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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보름달

by 보리


보름달


그 사랑

내게 오지 않았다면

네게 가지 않았다면

보름달 이고 선 지붕 위로

한 번 붙잡힌 마음이야 어쩔 수 없지만,


타버린 마음만 뒤따라와

깊은 우물에서

슬픔을 길어 하늘에 올려놓았다.



그리움이 붐비는 마음 안고

뒷걸음칠 때,

달은 말없이

자기 그림자만 들고 서있다.


네게로 가는 길은 멀고 낯선데,

자꾸 뒤돌아보는 마음은

이미 이울고 있다.


어쩌면 사랑도

찰수록 이울고,

이울수록 다시 시작되니,



눈물 많은 세상

포개진 슬픔 위로

둥글게 왔다 가는구나.



네가 떨어뜨린 하늘

가끔은

달을 보고 울다니



가슴 찢기는 이 가을

너도 잘 견디고 있는 거지?


잠시 머물다가는 사랑일랑 잊고

외롭다 생각 말고



어디에서건 잘 살아야 한다.



다음 생엔 만나지 말자.


2025. 11. 05. 23시 25분 촬영사진



소식 없는 그대를 기다리다

함께 늙어가자.

같이 저 달을 보자.

손등에 퍼지는 검버섯처럼

함께 눈감자.

부질없던 약속에

노을아래 한참을 울다

첩첩이 쌓인 외로움을 끌며

네게 가는 길.

슬픔 한 사발 토해놓고

보름달이 떴다.

허물어진 마음 부여안고

아직도 더디게 이우는

그리움은

늘 지고도 다시 뜨는 슬픔이다.


사랑했던 시간들,

한때 애타던 마음들이

지금은 달빛아래 잠들고,

서성이는 마음에

너무 오래 홀로 걸었다.


그리움은 달 뒤편에 숨어서 운다.


2025. 11. 05. 23시 26분 촬영사진



어젯밤에 슈퍼문이 떴다.

6년 만에 큰 달이라 했다.

고유한 우리말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 없다.

그저 ‘큰 보름달’ 정도로 해석할 뿐이니 아쉽다.


사람들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멀리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한문학을 전공한 인연으로 달을 보면 이태백의 시가 생각난다.

대학시절 한밤에 캠퍼스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이태백의 시 ‘山中對酌(산중대작)’의 시구인 ‘一盃一盃復一盃(일 배 일 배 부일배)’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술을 유독 좋아하고 엄청 잘 마시는 사람을 우리는 酒太白(주태백)이라 부른다. 이태백은 술과 달을 유달리 좋아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의 전래동요에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와 같은 가사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당나라가 낳은 최고의 낭만시인인 이백(李白, 701~762) 은 자유로운 영혼과 천재적 감수성으로 ‘시선(詩仙)’이라 불렸다.


이백이 술에 취해

‘하늘의 달이 하나요,

호수에 비친 달이 둘이요,

술잔에 비친 달이 셋이며

내 눈에 비친 달이 넷,

마지막으로 당신 눈동자에 들어있는 달이 다섯’

이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는데 이는 이백의 낭만적이고 탈속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우리의 술자리는 이백이 뱃놀이 중 술에 취해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로 마무리되곤 했다.


이백이 달을 건지러 호수에 들어갔으나 아직 달을 건지지 못해 못 나오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로 말이다.

이태백의 사인에 대한 이 이야기는 그의 시적인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사실은 아니다.


젊은 날의 낭만의 시간을 함께 했던 이태백과 달.


그래서 나에게 달은 이태백의 시(詩)에 대한 갈망이다.





山中對酌(산중대작) - 李白(이백)

- 산속에서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兩人對酌山花開(양인대작산화개)

둘이서 마시다 보니 산에는 꽃이 활짝

一盃一盃復一盃(일배일배부일배)

한잔, 한잔 먹세 또 한잔 먹세 그려

我醉欲眠君且去(아취욕면군차거)

나 취해 졸리네, 그대 그만 가보시게

明朝有意抱琴來(명조유의포금래)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품고 오시게


月下獨酌(월하독작) - 李白(이백)

- 달 아래 홀로 술잔 기울이며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사이에 한 병 술을 놓고,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한 이 없어 홀로 마시네.

舉杯邀明月 (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까지 합해 셋이 되었네.




슈퍼문( Supermoon) 우리말


'슈퍼문(supermoon)'을 우리말로 직역하거나 순화한 공식 용어는 없으며, 보통 그 의미를 풀어서 "보통 때보다 훨씬 크고 밝게 보이는 보름달"이라고 설명한다.


천문학계의 공식 명칭은 '근지점 삭망(近地点朔望)'이다.


비공식적으로 '대형 보름달' 또는 '초대형 보름달' 등으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널리 쓰이는 표현은 아니며, '슈퍼문'은 그 자체로 고유명사처럼 사용되며, 우리말로는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대체된다.



슈퍼문( Supermoon)


슈퍼문은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근지점)에 위치할 때 뜨는 보름달을 말한다. 달의 공전 궤도가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기 때문에, 달이 지구에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이때 보름달이 뜨는 시기와 달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가 겹치면 평소보다 더 크고 밝은 달을 볼 수 있다.


슈퍼문의 특징


크기와 밝기: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원지점) 뜨는 보름달(미니문)에 비해 최대 14% 더 크고 30% 더 밝게 보인다.


발생 주기: 슈퍼문은 약 413일을 주기로 나타난다.


조수 간만의 차: 달이 지구에 가까워지면서 인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슈퍼문이 뜨는 기간에는 평소보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진다.


시각적 효과: 슈퍼문의 크기 변화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가까이 있을 때 주변 지형지물과 비교되어 훨씬 크게 보이는 '달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최근 슈퍼문


2025년에는 11월 5일에 슈퍼문이 떴는데, 이는 6년 만에 가장 큰 보름달이었다. 이 슈퍼문은 지구와 약 35만 7,000km 거리에서 관측되었다.

https://youtu.be/ldGjZZgkANo?si=ooH-tsFYz9SmRKx8


오늘 밤 6년 만의 '슈퍼문'...밤 10시 19분 가장 둥글다 / YTN

[앵커] 오늘 밤, 6년 만에 가장 큰 보름달 '슈퍼문'이 찾아옵니다.미세먼지가 짙어지지만, 달을 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취재기자 연결합니다. 박소정 기자!얼마나 큰 달이 뜨는 건가요?[기자] 네,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보름달이 뜹니다.이른바 '슈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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