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새벽 뒷산을 산책하는 시골 사는 웰피츠 일기
콩엄마는 딸만 다섯을 낳았다.
집사 집안이 딸이 귀한 집이라는데 콩엄마가 효도하려고 딸만 주르륵 낳았나 보다.
덩치가 가장 크게 태어난 나는 맏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둘째다.
동생 하나는 태어나면서 바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댕댕이가 어디 가서 다신 안 나타나면 인간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고 하기에 그런 줄 알고 있다.
큰 집사가 우리 자매 이름을 털색이 옅은 순서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었다고 말하는데 그거 구라다.
털색이 옅은 순서대로 하려면 여름, 봄, 가을, 겨울 순서가 되어야 한다.
그럼 여름이가 봄이가 되어야 하는데 계절이 거꾸로 가면 어쩌려고 그러냐!
게다가 여름이는 작은 집사가 만날 하늘이라고 불러서 하늘이가 되었다.
진돗개를 닮아 털이 하얀 하늘이는 성격 좋은 첫째다.
가장 작고 겁이 많아 얌전하던 봄이가 막내다.
겨울이는 까만 털실 공이 굴러다니는 거 같은 귀여운 장난꾸러기였다.
나는 확실히 가을이다.
가을 낙엽색이 나의 보호색이니까.
콩엄마는 짧은 다리로 딸을 많이 낳아서 딸부자가 되었다.
인간이 다섯을 낳았으면 나라에서 표창장을 받았을 거다.
다른 자매들은 다 입양 갔다.
봄이와 겨울이가 함께 갔고, 하늘이는 한번 입양 갔다가 파양 당하고 또 갔다.
하늘이랑 가장 오래 같이 살았는데, 집사들은 하늘이가 배려심이 남다른 아이라고 칭찬하고 나 보고는 만날 욕심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그 욕심 때문에 내가 콩엄마 옆에 남을 수 있었다.
콩엄마랑 똑 닮아서 삼촌집사가 나를 선택했다.
자매들이 다 입양 가서 시원섭섭하다.
다 같이 있었으면 내가 군기 잡느라 쫌 힘들었을 거 같다.
게다가 하늘이는 나보다 덩치가 크고 힘도 세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거다.
같이 있을 때, 확실히 기강을 세워놓긴 했지만 말이다.
넷이 같이 아옹다옹 사는 것도 괜찮았을 거 같기도 하고, 지금처럼 나 혼자만 사랑받고 사니까 다들 입양 가서 다행인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시원섭섭하다는 것이다.
보고 싶냐고?
모르겠다.
가끔은.....
덩치가 나보다 크지만 만날 져주던 하늘이가 보고 싶기도 하다.
귀 한쪽이 접혀있었는데....
그게 기억나는 거 보니까 보고 싶은 게 맞다.
아들이 대학교 때, 데려와 키우던 웰시코기 땅콩이는 아들이 2년이나 멀리떠나 있게되어 친정에 맡겨졌다가 다시 정원이 있는 언니네 차지가 되었다.
실내에서 곱게 자랐던 땅콩이는 분리불안이 생겼고, 온 집안을 난장판을 만들어 마당으로 쫓겨났다.
울타리 안에 살게 된 땅콩이는 몇 달에 한번 아들을 만나면 서럽게 울었다.
땅콩이가 발정기가 되면 동네 수컷들이 모두 몰려와 울타리를 에워쌌다.
그러다 어느 날, 배가 불러오고 추운 겨울에 새끼를 낳았다.
울타리 안에 있던 땅콩이가 어떻게 임신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세찬 빗줄기 속에서도 울타리 앞을 끝까지 지키던 예쁘게 생긴 하얀 스피츠를 의심했지만 새끼들은 흰색, 미색, 갈색, 까만색으로 모두 색이 달랐다. 찾아보니 개는 여러 수컷의 새끼를 동시에 임신하는 ‘중복임신’ 현상이 있다고 한다.
예쁘고 어린 새끼를 입양 보낼 때, 견디기 힘들 만큼 가슴이 아팠지만 모두 다 감당하기 힘들어 가을이만 남게 되었다.
7년을 키우고, 뇌경색으로 떠나보낸 뽀삐에 대한 추억으로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 다짐 했었는데
다시 또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