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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Oct 26. 2024

가을이 일기 1

- 매일 새벽 뒷산을 산책하는 시골 사는 웰피츠 일기

나? 가을이야.

   

나는 겨울에 태어난 가을이다.

세 살이다.

뭐 지금은 다섯 살이지만 세 살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오~

부지런한 나의 집사는 매일 새벽 5시에 산책하러 가자고 한다.

아직 사방이 캄캄한데 랜턴으로 산길을 밝히며 산책을 당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이렇게 산책을 당한 지 3년째다.   

 

눈을 좋아하는 가을이

눈이 쌓인 영하 18도의 추운 겨울날, 

저희끼리는 체감온도가 영하 23도라나 뭐라나 하면서 

우리는 발이 시려 맨발로 동동거리는데 지들은 털신을 신었다.     

이렇게 산책을 당하는 것이 콩엄마와 나의 복지를 위해서라는 말을 하는데

입에서 저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한 발씩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겨우 산책을 마쳤다. 


    

다리가 짧아 눈 속에 파묻혀 보이는 땅콩이

아~ 그보다 더 추운 날도 있었다.

재작년 겨울, 영하 23도에 눈까지 쌓여있었다.

그래서 매일 다니는 뒷산이 아니라 저 아래 마을로 가자며 끌려갔는데,

아스팔트 위의 눈은 더 차가웠다.

지들은 두꺼운 오리털 옷을 입고 우리한테는 바람 다 들어가는 굵은 털실로 짠 옷 하나 던져주었다.



나는 가을이다.

고로 가을까지만 산책하자고….

나 가을이라고........


엄마 땅콩이를 똑 닮은 가을색 가을이


ai가 그려주는 가을이 마음



# 에필로그


사랑하는 반려견, 11살 땅콩이와 5살 가을이랑 4년째 매일같이 마을 뒷산을 산책을 하고 있다.

실내 배변을 극도로 꺼리는 땅콩이와 가을이가 자연 속에서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고 달리게 하고 싶어 매일 캄캄한 새벽에 별과 달을 보며 산책을 한다.

인적이 드문 시골 뒷산이지만 간혹 등산을 오거나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오는 사람들이 있어 마주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눈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던 추운 겨울날, 발이 시려 한 발씩 들고 있는 땅콩이와 가을이를 보았다.

시린 발을 녹이려 호호 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개들은 발바닥이 지방층으로 되어있고, 동맥과 정맥이 그물처럼 생겼으며 역류 열 교환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발이 시리지 않다고 알고 있었는데 괜히 미안했다.

감각이 떨어지는 노령견은 동상에 걸릴 수는 있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실내배변을 꺼려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4년을 함께 산책하면서 가을이 마음이 보이고, 가을이 눈으로 자연을 보게 된다. 

12월 13일에 태어난 가을이는 겨울생이다. 


7년을 키우고 뇌경색으로 떠나보낸 뽀삐에 대한 추억으로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 다짐 했었는데 아이들을 자유롭게 뛰며 산책하게 하려고 캄캄한 새벽산책을 나선다.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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