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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어 Jan 24. 2020

KPI, 아 쫌!!(4)

목표 설정, inside out으로만 하면 실적이 다 망가집니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고, 우리는 보람찬 연말을 준비해야 합니다. 네, 사업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야흐로 사내정치의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모든 영업부서장들이 자기 목표 수준을 낮추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지난해, 신사업 프로젝트에 투입된 관계로 경영기획 쪽 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었던 까닭입니다. 프로젝트 마무리가 바빠서 에 올해 사업목표 수립에 투입되지 않은 것이지요.


아무리 힘든 일도 남의 일이 되고 나면 재미나지요. 일 하는 동료들은 죽상이지만, 돌아가는 판을 보니 흥미진진합니다. 업무를 하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평소 사이가 안 좋은 영업부서 간에는 신경전이 펼쳐지고, 각 영업부서 안에서는 어떻게든 BAU(Business As Usual) 값을 낮춰 잡으려고 영업정보와 실적정보의 은폐에 열중입니다. 


스텝 부서는 뭐 하냐고요? 여긴 아무 생각이 없어요. 사업계획 자체가 없으니 목표도 없고, 그냥 위에서 시키면 그때그때 잘 처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이지요. 아마 나중에 지표와 목표를 내라고 다그치면 머리를 쥐어짜서 몇 개 만들어 올 겁니다. 그나마 뭐라도 목표를 잡아 보려고 하는 쪽은 IT부서들입니다. 여긴 또 한 해 사고 없이 보내려면 어떻게든 예산을 따야 하고, 예산을 따려면 그 돈을 가지고 뭘 할 건지를 보여 줘야 하니까요.


목표 설정의 시기에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이 회사가 목표 설정은 물론 KPI 지표의 수립까지도 MBO(Management By Objective) 방식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와 그것을 얼마나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일차적으로 각 현업 부서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보니, 목표 설정이 사내정치의 영역으로 흘러가는 것이지요.1)


한동안 난리를 피운 끝에 나온 결과물을 옆 사람 모니터에서 훔쳐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사업부 하나의 매출 목표가 역성장을 하고 있네요. 분명 경영전략 보고서에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말이죠. 부서장님이 자리를 비울 때 살짝 물어봅니다.


"이상한데요? 왜 이게 마이너스죠?"
"작년도 성장률이랑, 상품의 마진율이 낮아지는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서 잡은 거래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것 같은데? 적정성은 어떻게 평가하시려고요?"
"뭐 어때요? 합계가 회사 목표만 맞추면 되죠."

 

그 말이 정답이네요. 그래도 이상한 건 이상한 거니까 한번 뜯어보기로 합니다. 어차피 당장 크게 할 일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고, 지금부터 분석해서 만든 자료를 공개하거나 활용할 계획도 없으니 피해 볼 사람도 없습니다.


저 목표 매출액(S)은 그간 자기 부서의 판매물량 성장률 추세에 시장 변동 및 예상되는 고객 이탈과 신규 계약 물량을 가감하여 구한 예상 판매량(Q)과 내년도 예상되는 판매단가(P)를 곱해서 산출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회사의 성과를 준거 자료로 삼고서 inside out 방식으로 목표를 잡았다는 것이지요.


Inside Out 방식의 목표 설정

S = P × Q

s.t.
 S : (목표) 매출액
 P : 형후 예상되는 단가
 Q : 과거 판매물량 성장률에 이런저런 변수를 가감하고 의지처를 추가

(이렇게 하셨다는 건데...)


저기서 판매량(Q)을 사업전략을 반영해서 시장점유율 목표치인(x%)로 설정하면 매우 황당한 값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목표치가 현재 없는 것 같으니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정성적인 목표가 달성이 되는지만 검증해 보기로 합니다. 그러니까 저 매출 목표에서 도출되는 목표 성장률이 시장 평균 성장률을 초과하는가를 보겠다는 것입니다.2)


엑셀 창을 얼여 놓고 자료를 모아 봅니다. 지금 보려는 산업은 매출의 90% 이상이 단일한 전방산업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이 산업의 매출액 성장률을 종속변수로 할 때, 독립변수로는 전방산업의 매출액 성장률을 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3)


우리 산업의 매출액을 예측하려면 먼저 독립변수인 전방산업의 매출액을 추정해야 합니다. 전방산업은 내수산업인 동시에 소비재입니다. 그러니까 민간소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산업의 업황을 종속변수로 할 때, 독립변수는 민간소비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놓고 자료를 모아서 회귀분석을 하면 좋겠지만, 논문 쓰는 거 아니니까 그렇게까진 안 하겠습니다. 회귀분석 자체보다 모델링이 어렵거든요.4)


보안상의 이유로 일부 수치를 ***로 표기했습니다.


회귀분석을 하는 대신, 각 변수 간의 승수(마땅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아 탄력성이라고 적었습니다)를 구해서 간략하게 계산을 해 보기로 합니다. GDP 성장률과 민간소비 간의 관계를 보니 대략 승수가 1.0 수준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2013~2017년도 대비 2018~2019년도의 승수가 더 크게 나타나는 건 아마도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영향일 것입니다.5) 


민간소비 대비 전방산업의 탄력성이 널을 뛰는 것은 이런저런 정책 이슈가 있습니다.6) 정책 이슈를 걷어내고 보면 장기적으로 1~2 배수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료는 정리가 되었으니 추정을 해 보죠. 먼저 탄력성을 추정한 다음, 그 값을 기초로 해서 성장률의 추정치를 구하기로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당사 매출 증가율(목표)이 시장 평균 대비 큰지(즉 점유율이 증가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방산업과 대상 산업의 2020~2021년 간의 탄력성을 단순하게 추정해 봅니다. 어렵게 할 것 없이 이전 연도들의 평균값을 취하기로 하지요. 단, 앞서 언급한 정책 이슈를 고려해서 현 정부가 집권한 2017년을 기점으로 하여 이후의 값만을 사용하겠습니다.


탄력성 값이 나오면 이걸로 각 산업의 성장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C=B×(C/B) 이고, D=C×(D/C) 아니겠습니까?


2021년은 궁금하지 않아서 안 구했습니다.


구해놓고 보니, 매출 목표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이해할 만합니다. 시장도 역성장을 하니까요. 하지만 시장 평균 성장률 대비 목표 성장률이 더 적다는 건..... 올해에도 점유율이 하락하겠군요. 목표를 다 채우는 영업부서는 없으니까 좀 많이 하락하겠군요.


역시 이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니까요. 사내정치 못하는 사람은 이런 거 공개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저만 죽어요.






1) 이로 인한 다른 병리현상으로 KPI가 일관성과 연속성이 없고 매년 단발성으로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방침 관리 방식을 도입하면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해결이 될 것 같긴 합니다만....

2) 매우 단순한 논리입니다. 회사의 매출이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하면 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이고, 시장보다 느리게 성장하면 점유율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3) 거기에 조절 변수로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넣으면 더 좋겠군요. 하지만 여기서는 하지 않기로 합니다.

4) 위에 있는 "조절 변수"라던가 하는 것들을 추가해서 정교한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까지...

5) GDP가 1 성장할 때마다 민간소비가 증가하는 비율이 더 켜졌다는 거니까, 소비성향이 큰 하위계층에 더 많은 파이가 들어간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는 추측입니다.

6) 보안 이슈로 여기서 "정책 이슈"가 무엇인지는 쓰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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