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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어 Apr 16. 2020

나, 기획한다?(3)

이익률 개선요? 어디서요? 얼마나요?

사실 그다지 의미는 없는 일이기는 한데, 그래도 월마감이 끝나면 한 번씩은 푸닥거리를 해야 합니다. 실적 리뷰 말입니다. 언제나 성과는 계획에 미달하기 마련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가져오라는 것이 높으신 분들의 요구입니다.


온 회사가 수익성 개선안을 찾는다고 불난 호떡집입니다. 하지만 이 것도 한해 두해 해 본 일이 아닌 만큼 어떤 방안이 나올지 충분히 예상이 됩니다. 영업부서는 매출을 더 하겠다고 할 것이고, IT부서들은 예정된 시스템 투자를 뒤로 미룬다고 할 것이고, 스텝 부서는 복사용지 아끼겠다는 류의 방안을 들고 오겠죠. 매번 하는 일이고 매번 별 효과는 없습니다.


우리는 뭐 하냐고요? 어차피 기획팀이 매출을 더 만들거나 비용을 줄일 수는 없으니 그냥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는 건 아니고, 불나는 전화통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응대를 하고 있지요. 콜센터가 따로 없습니다.


"야, 이거 뭐 얼마나 해야 되는 거냐?"
"할 수 있는 만큼 우선 해 보세요. 다음 회의 하면서 결정 나겠죠." 
"야, 이... 어디서 얼마나 할건지도 없이 수익성 개선을 하라고 그러냐?"



'저도 그렇게 하라고 시키니까 한 거거든요? 저한테 왜 그러시죠?'가 혀 끝에 살짝 걸리지만 거기서 참습니다. 누워서 침 뱉은 다음에 몇 대 더 맞으면 저만 손해니까요. 대신 생각을 해 봅니다. '진짜 어디서 얼마나 하는게 맞는건가?' 하고요.


지금 회사에서 쓰는 방식은 사전에 정해 놓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목표 중에서 현재 미달한 분량을 각 부서에 나눠주는 것입니다. 먼저 각 사업부서에 각자의 매출액에 근거해서 목표를 뿌려주고, 남은 우수리를 모아다가 IT와 스텝 부서에 떨어뜨립니다. 


이게 맞는 방법인가가 의심이 됩니다. 목표를 분배하는데 급급한 근시안적인 방법 같단 말입니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이 방식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예 제로베이스로 생각을 해 보기로 합니다.


먼저 얼마나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보통은 얼마를 벌어올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과제 자체가 '수익성 개선'이니까 수익률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그러려면 목표수익률을 잡아야 하겠지요?


회사라고 하는 기계에 돈을 넣으면 그 돈이 만드는 수익이 최소한 은행 이자보다는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요새 적금 이자가 얼마나 되는지 찾아 보니 2.4%~3.2% 사이로 나오는군요.1) 제2금융권 적금은 이보다 금리가 높긴 합니다만, '은행 이자'만 고려해 보겠습니다.


뱅크셀러드 선정 2019년 Best 3 적금


 











이것과 비교할 수 있는 회사의 이익 지표가 뭐가 있을까요? '이 회사에 얼마를 넣으면 얼마가 나온다.' 하는 식을 만들려면 시가총액 대비 당기순이익 같은 지표가 좋을 것 같습니다만, 비상장회사에서 쓸만한 산식은 아니죠. 그럼 회사라는건 어차피 있는 거니까, 그 회사가 얼마를 써서 얼마를 버는지를 보면 어떨까요?2)

수익률 지표 = 영업이익 ÷ 영업비용
                    = 영업이익 ÷ (매출 -영업이익)

이렇게 한번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지금의 재무지식으론 이론적 적합성을 검증할 수 없으니 대신 실 데이터에 적용해서 쓸만하긴 한건지를 보겠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 데이터를 가지고 '수익률 지표'를 산출한 다음에 직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보는 겁니다.3)


2018년도 잠정 실적 자료4)


요즘 불황이라는 '건설, 건자재' 부문이 은행 이자보다도 못한 실적으로 나오고, 근근히 살고 있다는 '유통'이나 '자동차, 부품'의 지표가 은행 이자율 언저리에 나오는 것을 보면 대충 맞는 것도 같습니다. 이렇게 막 우겨 보렵니다.


수익률 지표 : 대상기업 현황


우리 회사도 요새 어렵다 어렵다 했는데, 역시나 사업비를 들여서 은행 이자율도 못 건지고 있었습니다. 수익률 지표를 최소한 3.3% 수준까지는 끌어 올려야 사업할 맛이 나겠네요.


일단 이익률을 목표로 정해 놓고 나면 선택지가 제법 다양해 집니다. 지금은 매출을 더해 나가는 방법만 검토하고 있는데, 반대로 매출을 버림으로써 수익을 개선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는, 수익률을 낮추는 사업에서 매출을 높이겠다는 사업부서를 눌러 놓고 수익률이 높은 사업에 목표를 더해 줄 수도 있고요.


그럼 보고서를 써야죠. 위의 내용을 정리하고, 뒤에 각 사업 별로 가지고 온 사업계획 상의 수익률을 정리해 붙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정한 전사적인 목표 수익률인 3.3%의 달성을 위해서 각각의 사업부에 목표를 할당합니다. 이 목표에는 목표의 방향성(기존 고객의 수익성 향상, 수익률 낮은 고객의 포기가 포함된)도 들어가 있습니다.5)


완성된 보고서를 메일로 날린 뒤 심호흡 한번 하고 구두보고를 하러 갑니다.


"이게 뭐야? 어쩌자는 건데?"
"그러니까 목표를 금액에서 수익률로 전환하고, 종합적으로 사업을 검토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뭐라는 거야? 성과지표가 뭘로 잡혀 있는데? 그리고 어차피 영업이익은 목표달성 못 해. 매출 목표라도 맞춰야 할 거 아냐?"
"네..."


그래서 앞으로 사업 목표 가지고 이야기를 안하기로 했습니다.




1) 2019 최고의 예금&적금은? (링크)

2) 어떻게 보면 투하자본이익률(ROIC)의 개념에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한데, 확실치가 않습니다. 읽으시는 분 중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감으로 때려 맞추자는 말을 쓰고 나니 부끄럽군요. 제가 못난 탓입니다.

4) 최신도 아니고 정확한 마감 자료도 아니지만 구하기 쉬워서 가져다 썼습니다. (링크)

5) 엑셀로 만든 장표가 있긴 한데, 공개하기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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