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나, 계속 백수 하면 안대?"
나는 9년째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9년 전, 멋모르고 갑자기 데려온 강아지, 옥돌. 슈나우저 아빠와 몰티즈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믹스견이다. 엄청난 활동량과 폭발적인 에너지의 소유견. 지금 옥돌은 역대급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나는 대학생 이후 2주 이상 쉬어본 적 없다. 계속 일을 했고, 며칠을 연달아 쉴 수 있는 건 여름휴가 때 잠깐 뿐이었으니. 그랬던 내가 갑자기 커리어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덕분에 옥돌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전 회사는 재택 위주라 대부분 집에서 근무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일할 동안 옥돌은 자신의 방석에 앉아 잠을 자거나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집에 있었지만 옥돌과 놀 수 있는 시간은 산책 시간들과 공놀이 시간, 쉴 때뿐이었다. 그런데 일을 그만두고 난 뒤에는 하루 24시간을 옥돌과 함께 보내게 됐다. (물론 가끔 약속이 있긴 했지만)
요즘 우리의 루틴은 단순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옥돌이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산책 후 컴퓨터를 켜 오늘 할 일을 정리하는데, 그때도 옥돌은 내 무릎 위에 앉아 나를 쳐다보거나 잠을 잔다. 점심을 먹고 나면 또 함께 산책을 나간다. 뜨거운 여름이라 10분 정도 짧게 나가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보는 내 기분까지 좋아진다. 점심 이후, 나는 보통 개인 작업을 한다. 그때 우리 강아지는 놀아달라며 삑삑이를 들고 온다. 몇 번 던져주면 헥헥 거리며 즐거워한다. 저녁을 먹기까지 우리의 오후는 그렇게 흘러간다.
옥돌이도, 나도 저녁을 먹고 나면 밤 산책을 나간다. 무더운 낮의 더위도 한풀 꺾이고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힐링의 시간. 산책이 끝나면 깨끗하게 씻고 침대에 눕는다. 헥헥 거리며 발을 닦고 물을 마신 옥돌이도 슬그머니 내 옆으로 와 배를 까고 눕는다. 그럼 나는 옥돌이의 배를 슥슥 긁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요즘 우리의 하루는 '밥 먹고, 산책하고, 밥 먹고, 산책하고, 밥 먹고, 산책하고, 씻고, 잠들기' 이렇게 단순하게 돌아간다.
백수여서 좋은 건 어딜 가나 옥돌과 함께라는 점이다. 쳐다보면 예쁘게 웃어주는 옥돌, 그 미소가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 옥돌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들이 정말 좋아서 계속 하루종일 둘이 놀고 싶을 정도다. 물론 우리 둘이 먹고살려면 다시 일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다시 직장인이 되면 옥돌이 보고 싶어서 내가 분리불안이 생길 것 같은데...)
하루종일 옥돌과 함께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 옥돌의 마음도 같은지 알 수는 없지만, 항상 예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걸 보면 같을 거라 믿는다. 옥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백수여서 정말 행복하다.
백수 생활 이야기인척 하는 '우리집 강아지 예쁘죠?' 하는 자랑글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