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X 음악: 절벽 끝에 펼쳐지는 삶의 선율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의 작은 마을 라벨로에서는 1953년부터 매 여름 음악 축제가 열린다. 이 음악 축제의 공연장은 빌라 루폴로(Villa Rufolo) 한쪽 깎아지른 절벽 끝에 설치된다. 공연장 뒤로 아찔하게 아말피 해안이 내려다보이고 연주자들이 한 명씩 입장할 때마다 혹시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해진다.
늦은 오후 시작한 음악축제는 선분홍빛 노을이 수평선 위로 내려앉고, 그로부터 머지않아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 저녁까지 계속된다. 느리고 장엄한 곡에서 빠르고 경쾌한 곡까지 다양한 곡이 연주되는 동안 위태로운 무대가 자아내는 긴장감은 잦아들고 아름다운 선율과 배경의 조화에 황홀함이 차오른다.
라벨로 절벽 끝자락의 선율은 불안을 변혁적인 예술적 표현의 촉매로 포용한 바그너의 음악 정신과 잘 공명한다.
라벨로 음악 축제는 ‘바그너(Wagner) 축제'라고도 불린다. 1880년 라벨로를 방문했을 때 이 마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바그너를 기리는 의미가 있다. 바그너는 전통적인 음조를 벗어난 불협화음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 속에 녹여내며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바그너의 음악은 인간의 복잡한 욕망과 내면의 혼란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담아냈다고 평가받는다. 라벨로 절벽 끝자락의 선율은 불안을 변혁적인 예술적 표현의 촉매로 포용한 바그너의 음악 정신과 잘 공명한다.
삶의 불안을 늘 라벨로 음악축제처럼 마주하고 싶다.
삶의 불안을 늘 라벨로 음악축제처럼 마주하고 싶다. 절벽 끝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선율이 추락의 공포를 지워내듯,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가득한 도전 속에서도 그곳에서 빚어지는 화음과 불협화음들을 아름답게 엮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삶이라는 교향곡을 더 풍성하게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축제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