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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기동 일인가구 Sep 01. 2018

친한 누나가 엄마가 된다길래

 'J 님이 오랜만에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가장 먼저 댓글을 남겨보세요.' 



이게 뭔데? 왠 초음파 사진. 소식은 얼핏 들었었다. 와 말도 안 돼. 저 누나가 엄마가 된다니. 누나도 엄마 할 수 있는 거였어? 



주위 사람들이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 걸 보는 기분은 참 묘하다. 결혼이나 육아 같은 건 너무나 멀기만 한 얘기이던 한두 해 전과는 달리, 작년과 올해 들어선 동갑 친구들의 결혼 소식도 가끔 들려오고, 겨우 두세 살 많은 친한 사람들에게서는 이렇게 아기가 태어난다느니 하는 여전히 낯설기만 한 소식도 듣게 된다.  



작년 봄이거나 여름 초입이었을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 그 즈음 성당에서 했던 J 누나의 결혼식 날, 그날의 축제 분위기에 다들 평소보다는 조금 더 신이 나 있었다. 나도 역시 신부대기실에서 같이 사진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의 결혼식은 정말 간만이라 마찬가지로 평소보단 신나 있었다. 새 부부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했고,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한편으로는 참 낯설었다. 누나도 참 전형적으로 사는구나. 이건 당연히 잘 산다는 얘기다. 다만 그냥 그런 거다. 같이 성당 교사회 하던, 몇 년간 같이 재밌게 놀던 사람들 모두 영원히 그때처럼 20대일 것만 같았는데, 다들 공평하게 나이를 먹어가고 몇몇은 30대에 접어들게 된다는 게 왠지 안타까운 거고, 결혼으로 사회가 찍어주는 어른 인증 도장 같은 걸 콱 박아버리는 게, 내 앞가림이나 걱정할 것이지 사실 내 일도 아니면서 뭔가 아쉬운 거다. 뭐, 이제 유부녀니 전처럼 놀러 다니거나 가볍게 연락하기도 쉽지 않을 테고. 아무튼 예전의 친구 같은 느낌과는 달리, 이제 나랑은 많이 다른 뭔가 굉장히 큰 어른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기쁜 날에 재수 없는 생각은 그 정도면 됐고, 나와 친구들은 식이 끝나고 그들이 퇴장하는 길에 준비해둔 꽃잎을 열심히 흩뿌리며 축하했다. 그 풍경이 참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애기는 딸이랜다. 누나도 어디 가서 꿀리는 외모는 아니고, 남편 형도... 남편 형? 아는 사람이긴 한데 호칭이 이게 맞는 거야? 아무튼 그 형도 남자가 봐도 잘생긴 인물이라 누굴 닮아도 애기는 예쁠 거다. 축하해 누나. 좋은 시절 진짜 다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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