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7명의 포터와 함께
Day 1
2026년 2월 12일
이동구간 : 마차메 게이트(Machame Gate, 1800m) - 마차메 캠프(Machame Camp, 2835m)
총 이동거리 : 11km
소요시간 : 4시간 40분
고도상승: 약 1000m
지대 : 열대우림 지대(Rainforest)
신체반응 :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마차메 캠프에 도착하여 쉴 때 머리가 좀 아팠다.
날씨 : 맑음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밤에 잘 때 추웠던지 콧물도 나고 몸도 으슬으슬했다. 순간 출발하는 날을 하루 더 미뤄야 되나 고민했지만 파나돌 한알 먹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산에 가면 7일 동안 못 씻을 텐데 뜨거운 물 샤워하고 머리를 감아야겠다 생각했다.
탄자니아에서는 뜨거운 물 샤워를 하려면 히터의 스위치를 켜고 몇 분 기다려야 했다. 탄자니아에 도착한 첫날 스위치를 켜고 몇 분 기다렸는데도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리셉션에 묻기도 귀찮아 그냥 찬물에 고양이 샤워(?)를 했다. 그런데 산에 가기 전날은 뜨거운 물 샤워를 꼭 해야 될 거 같아 리셉션에 미리 말해두었다. 그러니 아침에 뜨거운 물이 나오는 다른 방 열쇠를 주었다. 어렵게 (시원찮은) 뜨거운 물 샤워를 하고 가볍게 아침을 먹고 리셉션으로 내려가 미리 나를 데리러 온 가이드 데이빗을 만났다.
아침 빈속에 커피를 마시니 두근두근 거림이 있어, 커피는 피하고 뜨거운 물과 핫쵸코를 마셨다. 입맛이 없었지만 앞으로 일주일 힘을 많이 써야 될 거 같아 꾸역꾸역 음식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고산 등반을 앞두고 꽤 긴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 긴장하지 말고 산을 즐기자고 되뇐다 ;)
아침 8시 30분, 약속대로 호텔 앞에서 가이드 데이빗과 만나 같이 차로 이동을 했다. 이미 차 안에는 함께 등반할 포터와 쿡(Cook, 난 그를 셰프라 불렀다.) 4명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고, 그 뒤로 7일 동안 산행할 짐들이 꽉꽉 차 있었다. 괜히 또 비장해진다.
나는 차의 맨 앞으로 가서 앉았고, 그들은 뒷좌석에 꼬깃꼬깃 앉아서 우리는 마차메 게이트로 이동을 했다. 아루샤에서 출발을 하다 보니 모쉬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한두 시간 일찍 움직여야 했다.
아루샤에서 마차메 게이트까지 이동 중 중간 휴게소에서 한번 쉬었고, 게이트에 다 와가서 마지막으로 2명을 더 태웠다. 누구냐고 물으니 포터란다. 7일 동안 가야 돼서 포터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가이드/쿡/포터 총 7명이 나와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여자 혼자 킬리만자로 등반(마차메 루트 7일)을 하려면 7명 정도의 짐꾼이 붙나 보다. 괜히 또 더 비장해지네. 순간 머릿속으로, 아 그럼 마지막날 팁은 대체 얼마를 줘야 하나?라는 걱정도 했다.
가이드,포터 없이 킬리만자로 등반 가능할까?
- 가능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불법이다.
킬리만자로 국립공원(Kilimanjaro National Park) 규정과 탄자니아 정부 법률에 따라 1991년부터 모든 등반자는 반드시 등록된 라이센스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게이트에서 퍼밋(입산 허가)을 받을 때부터 가이드와 tour operator 등록이 필수라서, 혼자 몰래 올라가려고 해도 입구에서 막힌다. 그래서 꼭 가이드가 함께 해야한다.
안전 문제도 있다. 고산병(AMS)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고, 날씨 변화가 극심하며, 5개 기후대를 지나가기 때문에 혼자서는 대처가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전문 가이드가 꼭 필요하다. 실제로 등반중 헬기소리가 들렸다. 고산증으로 헬기 이동이 필요했다.
Solo trek 형태로는 가능한데, 이게 내 경우다. 다른 등반자와 그룹이 아니라 나 혼자 + 전용 가이드 + 포터 + 쿡 팀을 짜는 방식이다. 이 경우 사실상 “혼자 온 사람”처럼 느껴지지만, 최소 3~8명 정도의 현지 스태프가 동행한다. 그 대신 비용은 그룹보다 많이 비싸진다.
WELCOME/KARIBU
KILIMANZARO NATIONAL PARK
MACHAME GATE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12시 20분경 마차메 마을을 지나 마차메 게이트에 도착했다. 마차메 게이트는 고도가 1800m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산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우리 가이드 David이 내 등반에 대해 이것저것 등록하고 마지막에 나보고 싸인하라고 그랬다. 7일 동안 매일 운행이 끝나고 도착하는 캠프의 산장에서 그곳 방명록에 내 이름과 나이 국적 그리고 싸인을 해야 했었다.
대규모의 중국인 그룹, 독일인들 그리고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나도 같이 앉아서 쿡이 전달해 준 간식과 마지막 짐정리를 했다. 다들 모르는 사람이지만 같은 목적으로 한 공간에 있어서 그런지 이미 시작도 안 했는데 전우애가 생기는 거 같다.
오후 1시 40분 드디어 출발이다.
포터들은 미리 이동을 했고, 나와 데이빗 둘이서 함께 움직였다. 등반 내내 가이드 데이빗은 나와 한 몸처럼 같이 움직였다. 20년 전 멕시코 오리자바(5800m) 등반 경험이 있는 나는 고산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면 고도 적응에 훨씬 유리하단걸 기억하고 있다. 긴장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천천히 한발 한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울창한 첫인상의 킬리만자로가 나를 반가이 맞이해 줬다.
마차메 루트는 킬리만자로의 그 어떤 루트보다 다채로운 풍경이 있어 눈이 즐겁다. 그리고 등산과 하산의 루트가 달라 그 역시 또 주변 경치 보는 재미가 더 하다. 조금 걸어 들어가자 정말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울창한 숲이 왠지 축축했다. 그래서 레인포레스트 지대 (Rainforest)인가 보다.
독특한 나무들과 꽃들을 보는 것도 등반의 재미이다.
초록초록이 너무 싱그럽다.
제일 신기하게 계속 보게 되는 건 세 번째 사진의 “고사리”이다. 고사리나물 좋아하는 나는 고사리에 눈길을 뗄 수가 없다. 데이빗에게 물어보니 탄자니아 사람들은 고사리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고사리가 덩굴 밭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저렇게 굵고 센 고사리는 먹지 못한다. 저렇게까지 자리기 전에 땅에서 바로 올라왔을 때 끊어야 된다.
아, 그리고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안에서는 어떠한 식물도 채취 금지라고 했다. 킬리만자로가 고사리 노다지 ㅋ
그다음으로 내 눈길을 끄는 장면은 포터들의 모습이다. 나는 포터들이야말로 킬리만자로의 진정한 꽃인 거 같다. 저들이 없이는 누구도 쉽게 킬리만자로를 만날 수 없다. 저렇게 말도 안 되는 무게의 짐을 어깨에 머리에 지고 산을 뛰어다닌다. 처음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함과 동시에 너무 대단해 보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리스펙!!
어떻게 저게 가능한지 말도 안 되는데, 포터가 직업이고 맨날 하다 보니 몸에 익숙해져 괜찮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말이 안 된다. 마차메 루트는 텐트에서 자야 돼서 포터들이 텐트까지 짊어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루트보다 포터들이 더 고생을 하는 거 같다.
포터들을 볼때마다 거친 삶과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을 하는것 같았다. 마치 수행의 길.
잠보(안녕!)
폴레 폴레(천천히 천천히)
하쿠나 마타타(문제 없어! 다 잘될거야)
등반을 하며 만나는 수많은 포터들과 등반가들과 나는 이렇게 서로에게 인사를 하며 용기와 응원을 주고 받는다.
새로운 것들에 눈요기를 하며, 데이빗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첫날 자게 될 마차메 캠프가 나왔다. 데이빗과 나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마차메 게이트를 출발하여 4시간 40분 뒤 캠프에 도착했다. 그러면서 고도는 1000m를 올렸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서 그런지 그렇게 구간이 가파르다 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의외로 몸이 잘 적응해서 놀랐다. 왠지 마지막날까지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마구마구 생긴다.
캠프에 도착하니, 이미 포터들이 먼저 도착해서 캠프 사이트를 구축하고 텐트까지 다 쳐두었다. 예전 대학교 때 동계/하계로 설악산을 다니고 그랬을 때 추위에, 더위에 떨면서 텐트에서 자보고 얼마 만에 다시 텐트에서 자보는 건지.
그때는 우리가 직접 텐트도 치고, 밥도 해 먹고 했어야 됐는데 포터님들이 다 해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합니다.
캠프 도착 후, 텐트 안으로 들어와서 물티슈로 얼굴 닦고 있는데 아담(Adam, 내 짐 전용 포터)가 빨간 대야에 뜨거운 물을 가지고 온다. 이걸로 얼굴 닦고 하란다. 매일 등반 전 아침 일찍/ 등반 후 저녁식사 전 이렇게 아담은 뜨거운 물을 대령했다. 뜨거운 물은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그러고 저녁식사가 나왔다. 뜨거운 오이 수프와 생선/삶은 감자/아보카도 이것저것 음식이 들어왔다. 감사하게 앉을 의자와 음식을 먹을 테이블도 있다. 산 위에서 호사다.
등반을 하는 중에는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고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신체가 반응을 한다. 다른 건 모르겠고, 머리가 아팠다. 데이빗이 산소 측정리를 가지고 와 새끼손가락에 끼운다.
혈중 산소 포화도(SpO₂)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마차메 캠프에서 나의 혈중 산소 포화도는 83%가 나왔다. 평상시 해수면에서 일반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95-100%가 나온다고 한다. 고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80-90% 사이로 나오고 저 정도면 정상이라고 한다. 그 대신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하루에 3L 정도. 물을 많이 마시는 건 좋은데, 물을 많이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야 되는 게 불편하다. 안 그래도 밤 되면 추운데 텐트밖을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자기 전에 파나돌 한 알 먹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루 무사히 등반을 끝낸것에 감사하며.
아산티 사나 (Thank you very much)
- 탄자니아/케냐서 내가 제일 많이 한말
내일도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