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저도 매일 읽고, 매일 쓰고 있어요. 그리고 매일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근데 한 번씩, 진짜 한 번씩은 모두 부질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작가님도 그럴 때 있으시죠? 진짜 궁금했었는데요, 그럴 때 작가님은 어떻게 하세요? 아니, 정말 매일 노력하는 게 제 삶이 되고 있는 걸까요?"
한없이 밀려드는 무기력감으로 인해 마음이 복잡할 때가 있다. 나라고 피해나갈 재간은 없다. 진짜 그럴 때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똑같이 반복된다는 느낌에 둘러싸여, 뭔가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겨나고, 금방 대답이 떠오른다고 해도 의심이 생겨나곤 한다. 카뮈의 말처럼 '삶은 무의미하고,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라는 문장만 수십 번, 수백 번 되뇌는 그런 순간이 있다. 그런 날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집을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열심히 벽돌을 쌓아 올려는 데,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벽돌이 모두 해체되어 있는,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하면 될까. 그럴 때는 꼭 벌을 받는 건 아닌데, 벌을 받는 것 같은 허탈감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것이 첫 번째 질문의 대답이 될 것 같다.
"네, 저도 그래요. 매일 뭔가를 하는데, 노력을 쏟아붓는데, 부질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둘러싸일 때가 있어요. 진짜. 많지는 아니지만 가끔 대혼란이 찾아들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날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의 노력이 부정당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 뭔가라도 끄적이는 것이 삶의 에너지를 유지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돕는다는 분위기에 휩싸이는 날이 훨씬 더 많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에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고,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시간은 있었다. 무엇보다 몸이 너무 피곤한 것은 아닌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중요했다. 처음에는 상황에 대한 점검도 없이 나약한 마음가짐을 채찍질하고, 게으르다고 나를 비난했다. 글자 그대로 과로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절망감에 휩싸여 한동안 시간만 보냈었다. 그런 경험 때문일까. 요즘은 무기력감이나 허탈감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 같다. 내 마음 상태, 현재의 상황과 조건을. 무기력감이 아니라 탈진 상태라는 진단이 나오면 그때는 시간이 약이라는 마음으로 흘려보낸다. 마음이 잦아들 때까지.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가 있다. 사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눈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 때는 일부러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만의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절해 휴식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그럴 때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고, 해내야 하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매달리고 추가적으로 일을 만들지는 않았다. 해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해도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이 부분 역시 시간이 흐르면 어느 지점으로 에너지가 모인다는 것을 알기에 기다림의 미학을 발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게 되면 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노력, 예를 들고 매일 읽고 쓰는 노력이 삶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의 대답은 'yes'이다. 왜냐하면 삶은 그 자체가 여정이다. 즉 결과이자 과정이다.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처럼,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인생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드라마틱 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노력은 자신에 대한 믿음, 인생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성장이라고 할만한 것을 과정적으로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현재의 성취는 과거, 지금과 같은 고민으로 둘러싸여 있을 때 해냈던 것들, 노력했던 것들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잘잘못이나 높고 낮음의 판단을 떠나 과정의 결과인 셈이다. 즉 일상의 노력이 삶에 보탬이 된 셈이다. 그러니 딱 한 걸음만 내딛는다는 마음을 가져보자. 딱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없다면, 지금 있는 자리를 둘러보는 것으로 괜찮을 것 같다. 누가 알겠는가. 어느 먼 훗날, 괴테처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와 같은 문장을 누군가에게 남기고 있을지.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