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소재가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냐, 또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로 세분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이야기는 주제, 메시지가 될 것이고,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전개 방식, 구조를 의미하는데, 시간순으로 전달하거나 의도에 따라 시간의 순서를 바꿔서 구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순서나 방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독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의도를 전달할 방법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어떤 글을 읽으면 첫 문장에서부터 강렬한 흡인력으로 이후 어떤 내용이 펼쳐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주인공의 경험에 흥미가 생겨나면서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어떤 글은 ‘읽는 행위’에 만족해야 할 때도 있다. 저자가 독자를 잘못 선택했거나 독자가 책을 잘못 선정한 경우인데, 그런 경우 공감은커녕 완독도 쉽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후자의 경우를 피할 수 있을까.
원론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핵심은 ‘독자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이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 독자가 고민하는 것, 독자가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 같은 것에 대한 흔적이 글을 읽는 행위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나도 이렇게 생각했는데’
‘나도 그때 이런 마음이 들었는데’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적어도 그 지점까지는 오게 만들어야 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확대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고, 감동을 전달하여 애초에 전달하고 싶은 지점으로 독자를 데려와야 한다. 그래서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모든 경험을 해야 할 것만 글을 쓸 수 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서 떠오른 방법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야 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예상 독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쓰고 싶은 글이 하나의 계층, 하나의 독자로 제한한 게 아니라면 사람,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경험, 변화, 행동에 대해 지켜보고, 살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누군가의 경험을 나의 경험으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으니, 스스로 경험을 쌓아가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일까, 잘 쓴 글에는 ‘사람’이 있고, ‘경험’이 있다. 저자가 아닌 우리, ‘저자의 경험’이 아닌 ‘우리의 경험’이 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