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에세이란 어떤 에세이일까?"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쓰고, 에세이 쓰기와 관련해서 강의를 하고 나아가 책으로 완성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질문이다. 좋은 에세이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인 까닭 때문인지, 조금만 방심하면 추상적인 대답으로 끝날 때가 많다. 그런 까닭에 이 순간에도 정확하게 'A는 B이다'라고 정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 덕분에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기본적인 메시지는 정리된 것 같다.
우선 에세이는 글이다. 다시 말해 생각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좋은 글, 그렇지 않은 글에 앞서 먼저 생각을 들여다봐야 한다.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저자의 생각을 살펴봐야 하고, 글을 쓰는 입장에 놓여있다면 어떤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할 것인지를 자문해야 한다. 그래서 곧장 글쓰기를 하겠다고 덤비기보다 말로 먼저 표현해 보면 도움이 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싶은지, 아니 무슨 생각을 전하려고 하는지 말을 해보면 스스로 명확한지, 아니면 애매모호한지 점검을 할 수 있다.
생각 정리가 끝났다면 이제 글로 표현해야 하는데, 이때는 하나의 상황이나 사건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구조를 갖추고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글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의사소통이고, 전달이다. 그래서 핵심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마치 순서가 있는 것처럼 글을 배치하여 한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무리 없이 따라오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때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요소를 활용할 것인지도 미리 정리해서 구성을 배치하면 설득력 있는 글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메시지가 분명하고, 그 메시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뢰감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좋은 에세이란 어떤 에세이일까.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잘 정리된 생각을 바탕으로 흐름을 유지하면서 본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도록 구성한 글을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때 읽는 사람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풀어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 시간에 글쓰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들, 줄줄줄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다.
"글쓰기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어떤 글을 쓰려고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거기에서 막힌 거예요. 다시 말해 글에서 막힌 게 아니라 생각에서 막힌 거예요."라고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