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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May 23. 2024

사랑을 배우는 시간

20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지나고 있을 첫째. 약간 과장해서 하루에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30분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주말에 늦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는 아침 6시 30분에 학교를 향해 출발하고, 12시쯤 귀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약속도 많고, 모임도 얼마나 많은지 일주일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는 모습이 거의 연예인 수준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럴 수 있어’라고 바라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그러다가 결국 감정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귀가 시각을 12시에 정해놓았는데, 그게 불만이어도 가능한 지켜내는 모습이었습니다. 학교가 멀어서 교통편도 불편하고, 술을 마시는 일이 늘어나서 걱정이었지만, 믿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거의 2시에 들어온 것입니다. 아이는 나의 걱정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중간에 톡을 보내고, 인증사진을 보내기도 했지만, 시간을 계속 늦추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결국 몇 마디 거친 말이 오갔고, 아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불편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일요일 가족 모임을 하면서 일정 부분 합의를 하고 서먹하게 마무리했는데, 머리에서 정리된 생각이 발끝까지 내려오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입니다.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 집에 있는 것보다 활동하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싶다는 아니, 이해가 가고도 남음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다만 그만큼의 크기로 걱정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는 답답함을 느끼고, 족쇄라고 여기는 모습이고,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에 제 마음도 답답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도 억울하고, 저도 억울한 상황이 벌어진 셈입니다.     


“삶은 내게 무엇을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내가 배워야 할 다음 사랑은 무엇일까?”     


요즘 제가 품고 있는 질문입니다. 아이와 잘 지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도 그리 무거운 짐을 지닌 느낌은 많지 않았는데, 약간은 큰 숙제를 받아든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좋은 풍경을 보고 따뜻한 추억을 쌓아갈 수 있을까. 낯선 풍경 앞에서 보내는 어색한 시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또한 제 삶을 잘 살아가는,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아주 적당한 날, 알맞은 온도로 서로의 마음이 풀어지기를 기다려야지, 여러 생각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불안해하지 않고 걱정하는 엄마가 아니라 지지하고 응원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던 첫 마음을 어떻게든 잘 살려내야 할 것 같습니다.     


from 윤슬작가     


#윤슬작가 #감성에세이 #이야기가시작되는곳 #기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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