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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막힐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by 윤슬작가

글을 오래 써온 사람에게도 문장이 멈추는 순간은 찾아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메모장을 펼쳐놓고,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하염없이 화면만 바라보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특히 마감이 있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면 조급함을 넘어 불안과 초조가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합니다.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으면 어쩌지?’

‘지금 쓰고 있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자신을 다그치고, 원망하고, 글과 조금씩 멀어졌던 순간들. 그리고 요즘도, 여전히 가끔은 그런 시간 앞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였고, 멈춤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지점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심스레 믿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면, 글이 멈췄다고 느껴질 때, 삶까지도 멈춘 듯한 기분이 들 때, 그 상황에서 나를 다시 시작하게 해주는 것도 결국은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곤 합니다.

“지금은 그냥, 한 줄이면 충분해.”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아메리카노를 두 잔 마셨다. 그런데 또 한 잔을 시켰다. 마음이 온통 새카맣다.”

“누군가 내게 단 하나의 문장을 말해줬으면.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책상, 바람 한 줌, 햇살, 노트. 지금 이 순만큼은 전부 나만의 것이다. 내가 주인이다.”

한 줄의 기록은 큰 부담 없이, 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조심스레 불러옵니다. 그리고 아주 작지만 분명한 시작이 되어줍니다. 단 한 줄도 쓰기 어려울 때는요? 그럴 땐 마음이 이끄는 책 한 권을 꺼내 좋아하는 문장을 필사해보세요. 종이에 옮겨 적는 짧은 행위 속에서 의외로 많은 감각이 깨어납니다.


‘왜 이 문장을 따라 쓰고 싶었을까?’


그 질문이 어느새 내 마음의 언어를 다시 길어 올립니다. 멈춰 있던 감정의 수면 위로 빛이 스며드는 순간. 그때의 필사는 모방이 아니라 다시 나를 돌아오게 하는 등불이 됩니다. 그리고 그 등불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돌아와, 네가 있어야 할 자리로.”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믿습니다. ‘잘 쓰는 사람’보다 ‘계속 쓰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멋진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하루의 끝에 단 한 줄, 나의 마음을 붙잡아줄 문장을 적는 습관. 그것이 글쓰기의 본질이고, 삶을 기록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입니다.


글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삶이 벅차고 마음이 무너질 듯한 순간에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친구처럼. 그러니 멋진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보다 오늘 한 줄을 남기겠다는 다정한 태도를 선택하게요. 그 짧은 문장이 여러분의 하루를 건너는 가장 친절한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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