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 순례자 성당
독일은 분지 같은 곳이 많고 구릉지대도 많았다. 비스 순례 성당을 가는 고속도로의 양쪽으로 목가적인 풍경이 그림 같이 펼쳐져 있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알프스 접경 지역, '초원'이라는 의미의 비스(Wieskirche)는 정말 초원 지대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하늘은 높고 구름 떼는 저공 한다. 아직 푸릇푸릇한 들판과 옹기종기 모인 고풍스러운 가옥들, 그리고 비스 성당이 있었다. 비스 성당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록된 순례 성당인데 18세기 예수의 목상에서 눈물이 흘러 급히 성전을 지어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도착한 날은 일요일이라 오전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느 관광객들도 성당 내부를 감히 열지는 못하고 주위를 맴돌 때에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 문을 열고 빼꼼 들여다본 기억. 로코코 양식으로 수놓은 성당 천장을 차마 다 보지도 못하고 죽어 승천하고도 눈물을 흘렸다는 구세주 예수의 목상도 구경하지 못하고 그저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보라색 제복을 입은 사제의 옷 색감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사제의 의복 색깔인 보라색의 의미는 '속죄'와 '회개'. 10월에 간 여행이었으니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시기의 의상이었던 것이다.
비스 성당에서는 촛불 두 개를 샀다. 하나는 순례 기념으로 엄마를 주고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다. 겉은 소박하고 속은 화려했던 '초원'이라는 이름의 성지에서 톨스토이의 <두 순례자>를 떠올렸다. 어찌해도 끝은 하느님이다, 라는 어떤 구원을 바라는 정결함이 이때 들었던 것 같다. 천장에는 '닫혀 있는 천국의 문' 그림과 '시간은 이제 없다'라는 말이 쓰여 있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수백 만의 인구가 죽고 전 세계는 국경을 꼭 닫고 있다. 자유는 거의 없다.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지금과는 달리 통행은 여유로웠던 때.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또 한순간 한순간 깨어 있으려고 애를 쓴다. 무의식과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어찌해도 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희망의 끈이 있다면, 이런 여행의 추억으로 안식을 취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