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poem.휴*
어둠으로의 망명
박형
늘 그렇듯 밥을 위해 밥을 먹지만
밥이 나를 먹어치우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온전한 것으로
밥은 아직은 순응의 시간인가 봅니다
정적 속으로 한쪽 날개뿐인 새가 날아옵니다
그 새를 품었는데 목관악기 소리가 났으니
숨죽여 울고 있는 새의 체온은 고요 같습니다
까닭 없이 오줌이 자꾸 마렵습니다
박형
일어나 창을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밖이 궁금합니다
까닭 없이 상상이 상상을 낳는 시간은 오히려 달콤합니다
아무 노래라도 부르며 내 안을 자극하고 싶은데
오히려 내 사유는 작두를 타고 있습니다
박형
쓰디쓴 벌레는 시를 먹고 산다는 사실은
나와 사귀었던 어둠에게서 흘러나온 이야기였습니다
내 시에 등장했던 모든 것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라도 보내고 싶습니다
시에게 구박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고 나면
아직은 내가 시에서 제외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으로
쓰러질 듯 잠이 밀려옵니다
글&사진.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