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후 중단하다

국소 절제술

by 단미


진단 결과 초기 대장암, 침윤형 종양 1개가 점막층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 전이된 곳이 없으니 병기를 따지자면 0기입니다. 종양의 상태를 설명하자면, 뿌리가 깊지 않고 암세포 조직이 대장 점막층 부분까지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대학병원으로 전원 한 후 정확한 판단을 위해 피검사, CT 촬영, 복부초음파 등 필요한 모든 검사를 다시 했습니다. 대학병원의 시스템 특성상 검사가 끝나도 수술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약간 기다렸는데요. 기다리는 동안 앞으로 치료 과정이 어떨지 검색을 해봤습니다.


수술을 하러 들어갔다가 막상 개복해 보니 너무 전이가 심해서 중단했다는 내용으로 드라마에서 많이 봤었는데요, 그게 제 얘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입원이 가능한지 병실 여부를 확인하고 교수님의 일정까지 조율한 후에 입원을 하였고 입원 후에는 다시 대장 내시경을 실시했습니다. 관장도 필요했고 대장암수술을 하기 위해서 최종적으로 대장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필수과정입니다. 짧은 기간에 대장 내시경을 또 하게 되는 과정이 굉장히 고역이었습니다.




수술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병기가 초기이며 종양이 크지 않고 저의 경우 직장에 침윤된 상태라

항문을 통해 대장암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개복하지 않고 항문으로 할 경우 회복도 비교적 빠르고

흉터가 남지 않는다고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술은 아침 일찍 시작했는데요, 이때 받은 수술명은 Transanal local excision(TAE)입니다. 항문으로 하는 수술이라 하반신 마취를 했고, 상반신은 멀쩡하게 깨어있는 상태라 온전하게 말하고 듣고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하반신 마취를 해본 경우는 처음이었는데 살면서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신은 똑바르게 깨어있는데 다리는 나무토막처럼 전혀 반응이 없는 상태라니.. 내 다리가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보조 선생님이 계속 말을 걸며 상태를 확인하셨는데 차라리 전신마취가 낫겠다 싶을 만큼 민망한 자세이기도 했습니다.


엎드린 자세로 배 아래에 몸을 지탱할 만한 기구를 넣고 엉덩이만 위로 높게 올려야 했거든요. 물론,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으니 보조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별 탈 없이 잘 진행되고 있겠지, 여러 생각을 하던 중간중간에도 계속 말을 시키셔서 여러 대답을 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3시간 정도 소요 예정이던 대장암수술을 너무 빠르게 마무리를 하셨습니다. 마취까지 한 후에 수술을 중단한 것입니다. 검사 기록과 초음파 판독을 했을 때는 항문을 통해서 충분히 제거 가능할 거라 판단되었는데 막상 보니 뿌리가 생각보다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병기가 깊지 않고 점막층에 자리하고 있는 종양이었는데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쉽게 판단이 어려웠었나 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수술비용이나 나중에 회복 기간 문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결국 병실로 올라와 회복되기를 기다리면서 다시 일정을 잡아야 했는데요, 정말 어이가 없었던 일은

의료진이 제시한 방법대로 수술도 못했는데 대장암수술 비용을 제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억울하지만 수술을 하지 못한 채 백만 원이 넘는 수술비를 냈습니다. 물론 입원비나 기타 부대비용도 모두 지불했습니다. 퇴원 후 다시 입원 가능한 날짜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일정이 틀어지게 되어 일상이 많이 무너졌고 이때 쓴 비용도 암 치료비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대장암 수술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크고 유명한 병원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와 대면한 진료시간은 1분도 안 되는 듯하고, 늘 피곤해서 그런지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제가 이때 심신이 많이 지친 암 환자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겐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고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 한마디에 힘을 얻기도 하잖아요.


특히 마취 후 수술 중단에 대한 일은 환자인 저에게는 매우 충격이고 당황스러웠던 일인데 대수롭지 않게 넘기시는 것 같아서 여러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마취까지 하고 수술이 중단되었지만 2주 후 다시 일정을 잡아 재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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