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직장 수지검사

by 단미


대장암 검사 방법 중 하나인 직장 수지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대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확진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대장암 진단과 오진 사이에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의사의 진단에 대해 불신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일주일 동안 금식하며 검사한 결과로 알게 된 대장암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서 대학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았습니다. 최고의 의료진이 모여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종합병원에서 소견서와 함께 검사한 자료를 등록하고 그 진료기록으로 초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장암 관련해서 최고라는 교수님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첫 진료 시에 진료기록을 보시더니 암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누가 암이라고 그래요?"

"종합병원에서 대장암이라고 했는데요.."


"이거 암 아닙니다."

"그래요? 정말이지요?"


암이 아니라는 말씀에 너무나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종합병원에서 진료한 의사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검사하느라 몸고생, 마음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억울하기까지 하더군요.




소견서와 함께 받아온 검사 기록을 보시고 암이 아니라고 하신 교수님은 내진을 한 번 해보자고 하시더군요. 일부 대장암 진단은 수지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내진이란 직장 수지검사를 말하는 것인데요, 의사가 윤활제를 바른 장갑을 끼고 직장에 손가락을 삽입하여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만져지는지 확인하는 진단 방법입니다.


침대 위로 올라가서 누운 다음 다리를 배 쪽으로 당겨 오므리는 자세로 항문에 손을 넣어 용종을 만져보고 진단하는 방법입니다. 처음 해보는 직장 수지검사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대장암 진단 방법으로 내진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암이 아니라며 직장 수지검사, 즉 내진을 하신 교수님은 용종이 크다고 제거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냥 놔두면 암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결론이었지요.


용종 제거를 위해 사진을 찍어보자고 했습니다. 피검사와 CT 찍고 복부초음파를 하게 되면서 결국 종합병원에서 가져온 진료기록은 참고만 할 뿐 모든 검사를 다시 하게 된 셈이지요. 일주일 후에 결과를 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후, 진료실에서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마음 가볍게 보낸 일주일이 선물이었나 봅니다. 교수님은 다시 대장암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수술을 권유했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장암이었다가 오진이었다가 다시 대장암이 될 수 있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왜 결과가 이랬다 저랬다 하냐며 뭐라 말을 할 수도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수술은 간단히 복강경으로 하면 된다고 했고 어렵지 않을 거라고 하시며 대장암 초기여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쉽게 말씀하신 교수님이 야속한 생각이 듭니다. 암이 아니라는 말씀에 다시 태어난 듯 기쁘고 안도했었는데 쉽게 말이 바뀌는 가벼운 진단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대장암 진단이 오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결국 처음 진단을 내린 종합병원의 소견대로 대장암 진단을 받았고 오히려 대학병원의 진료에 미덥지 않은 마음이 생겼지만,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으니 다시 병원을 옮길 수도 없어서 그대로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수술 일정에 맞추어 2주 후에 입원하기로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장암 진단으로 인해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한데 의사가 전하는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흔들리는 것이 환자의 입장입니다. 진단과 오진 사이를 오가며 느껴야 했던 복잡하고 억울한 마음이 다시 떠오릅니다. 환자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결과에 대해 정확하고 좀 더 신중한 판단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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