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지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아침이었습니다.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건강하게 지내는 지금그 시절을 어찌 보냈는지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은 듯 멍하니 의사선생님 얼굴만 바라보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직업 특성상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였던 5월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평소와 다름없이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가 빨간색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단순한 혈변이라고 하기에는 출혈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생각이 오간 탓에 잠시 정신을 못 차렸던 거 같습니다.
초기 대장암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별다른 느낌이 없어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 역시 혈변이 반복되기 전까지 특별한 배변 습관의 변화나 복통 같은 건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혹시나 출혈이 계속될지 몰라 출근을 잠시 미루고 지켜봤습니다. 특이한 점은 그냥 있으면 피가 흐르지 않았는데, 대변을 보듯 힘을 주면 출혈이 있어서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처음 보게 된 혈변이 초기 대장암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변과 섞여 나오는 것이 아니라 흐르듯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혈변이 아니라 출혈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일단 출근을 했습니다. 바쁜 시기이기도 했고 통증이 있거나 당장 불편함은 없는 상태여서 회사의 급한 일을 처리하고 검사하러 갈 생각이었습니다. 아마 본인을 챙기는 것보다 회사가 우선이 되는 것은 모든 직장인의 애환일듯합니다.
주변에 얘기하니 초기 대장암과 관련된 정보 중에 혈변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가족과 친인척 중 관련된 질병을 앓았던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봤지만 부모님과 조부모님, 형제자매 등 가까운 가족들이 암과 관련 있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유전력이 없어서 대장암과 연결하여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시적으로 출혈이 생긴 것은 아닐까, 요즘 바빠서 몸에 무리가 온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니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대장암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사실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처음 혈변을 보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 아침에도 혈변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3일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빠르게 결정한 것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혹시라도 아침이나 저녁 어느 때라도 혈변이 반복적이라면 꼭 진찰을 받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게 되면 완치될 수 있는 확률도 높고 치료도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혈변으로 신호를 보내준 덕분에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다시 건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초기 대장암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