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밥 먹고 싶어라

밥 한 공기 먹기까지 한 달

by 단미


희한하지요? 길었던 직장 길이를 조금 잘라냈을 뿐인데, 왜 먹는 것이 불편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원래 있던 직장의 기능을 수술로 인해 절제하게 되면서 기능이 사라져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완전히 절제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을 보면서 장기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대장암 진단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개복수술을 했습니다. 젊은 나이여서 수술을 권한다던 의사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는데요, 젊은데 이렇게 불편함을 겪으며 평생 살아야 하나, 생각을 하니 수술을 잘한 것일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장암 개복수술 후 꾸르륵 소리와 함께 찾아온 불편함은 먹는 것이었습니다. 수술 후에 회복하는 동안 죽을 먹었고 몸이 좀 회복된 후에는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요, 의사 선생님은 음식 가리지 말고 뭐든지 먹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뭘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음식이 들어가면 대장의 활동이 예민해지는지, 꾸르륵 소리는 더 커지고 화장실을 다녀와야 소리가 줄어드는 현상에 먹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며 밥 한 공기를 다 먹기까지 한 달이 걸렸습니다.




직장에 복귀하면서 점심시간이 되면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죽을 사다 먹기도 했고 밥만 싸와서 먹기도 했는데 한 공기를 다 먹을 수 없으니 한 숟가락 두 숟가락을 물에 말아서 먹기도 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 반찬을 먹으면 대장의 예민한 반응 때문에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없어서 물 말아서 밥만 먹었던 시간을 꽤 보냈습니다.


밥을 먹을 수 없으니 배가 고파서 우유를 마시기도 했는데, 뭘 먹어도 꾸르륵 소리와 함께 예민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먹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장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고 암은 제거되었으며 절단된 장은 이어서 잘 봉합했는데, 왜 대장의 활동은 이렇게 예민할까? 몸이 회복되었으면 대장의 활동도 정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닐까? 대장을 절제하면, 원래 있던 기능을 상실한다고 하는데 전체를 절제한 것도 아닌데 수술 후에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고?




혼자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대장의 예민함으로 뭘 먹지 못했던 그때의 상황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죽 한 숟가락 먹으며, 물에 말아 밥 한 숟가락 먹으며 김치가 얼마나 먹고 싶던지요. 양념이 된 반찬을 먹고 싶었지만 한 입 먹고 나면, 그 후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기 싫어서 일부러 먹지 않기도 했습니다.


대장암 수술 후 겪게 된 대장 활동의 불편함 때문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어도 먹지 못하니, 하나 소용없는 음식이었습니다.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적응 기간이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곧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 기대하며 먹어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비록 밥만 먹는 식사지만 아무것도 못 먹는 것보다는 낫고, 밥을 좋아해서 다행이고 밥만 먹을 수 있어도 감사하다 생각하며 먹고 나서 별 탈 없기만을 바랐습니다.




김치 좋아하고 매운 음식 좋아하던 입맛으로 죽을 먹고 밥을 물에 말아서 먹는 시간은 세상 맛없는 식사시간이었습니다. 먹고 나면 또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염려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잘 먹는다는 것, 어떤 음식이라도 잘 먹을 수 있다는 것, 먹는 즐거움이 살아가는 데 큰 행복을 준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는 시기였습니다. 수술 후에 겪은 모든 불편함은 원치 않는 다이어트의 효과가 있어서 그때는 아주 날씬했답니다.


수술 후 5년이 지난 지금은 밥을 한 공기 먹고 부족하면 더 먹기도 할 정도로 잘 먹습니다. 대장 활동은 여전히 예민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여지없이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지만, 화장실을 갈지라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먹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대장암 개복수술을 하고 밥 한 공기를 먹기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먹지 못하니 살이 많이 빠졌고 기운이 없어서 힘들었지만 잘 버티고 견디며 이겨냈습니다. 여전히 예민한 대장 활동은 계속되지만, 지금은 어떤 음식이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어서 미리 조심하며 먹습니다.


어쩌겠어요, 몸에 맞춰 살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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