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상실은 덤이라니..
오늘도 방귀를 뀝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방귀가 나오려고 합니다. 식사를 하고 나면 더 심해집니다. 어느 때는 물만 마셔도 뿡뿡거립니다.
하하~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도대체 왜 방귀가 그렇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대장암이라고 확인하고, 처음에는 0기라고 했다가 막상 수술해 보니, 생각보다 깊어서 1기로 최종 확진을 받았습니다.
수술 잘하고 직장에 복귀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귀가 문제입니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수 있기까지 한 달이 걸렸고, 긴 시간을 기다려서 김치도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뭘 먹든 방귀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움직이면 뿡뿡거려서 움직이는 것이 두려웠고 먹고 나면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려워서 먹지 않는 쪽을 택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잘 먹고 잘 움직일 수 있는데 방귀가 계속 나옵니다.
괄약근이 풀린 걸까요? 방귀를 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추는 경우라면 방귀가 나오려고 할 때입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대놓고 뀔 수가 없어서 잠시 멈춤 상태로 기다립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좀 참을만하거든요.
지금 생각하니, 참 어이없던 일이 떠오릅니다. 방귀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암 진단받고 치료하느라 산에 간지가 오래된 탓에 산행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무리라 생각하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땠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결국 저는 맨 뒤에 멀리 떨어져서 천천히 산을 오르며 쉼 없이 방귀를 뀌며 산을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무모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간절하게 산에 가고 싶었나 봅니다.
산행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면, 저는 산을 좋아합니다. 어느 계절에 가도 다 좋습니다. 대장암 수술을 하고 나니, 가장 하고 싶었던 일중 하나가 바로 산행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가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고 수술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 그 모든 후유증을 안고 수락산행에 도전을 했습니다.
뱃속에서 나는 꾸르륵 소리와 방귀소리가 신나게 장단을 맞추더군요. 참 무모했던 도전이었습니다. 결국,
수락산 정상까지 갔지만 다녀와서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체력이 바닥이라는 것입니다.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산에 오르기에는 부족한 체력이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 체력이 떨어질 줄 몰랐습니다. 가고 싶은 산행을 다녀왔지만 현실을 깨닫는 마음 쓰렸던 경험이었습니다.
대장암 수술 전에는 아무리 힘든 산행도 어려움 없이 잘 해내곤 했습니다. 바위를 타고 돌산을 올라도 힘든 줄 모르고 즐거웠던 산행이 수락산 정상에 가기까지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야 하다니,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이 절망스러웠습니다.
이제는 산행을 포기해야 하나? 좀 서두른 감이 있기도 하지만 마음은 이미 다 회복된듯한 느낌이어서 앞으로 산행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많이 우울했습니다. 그만큼 체력이 상실되고 뭔가 힘을 쓰고 하는 일에
대해 자신감이 사라졌습니다.
시간을 두고 체력단련을 하자고 다짐했지만, 아직도 체력은 돌아오지 않고 저질체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번 떨어진 체력을 원래대로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말로 죽기 살기로 운동해야 할 텐데, 그러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방귀 뀌기, 꾸르륵 소리, 변실금.. 힘이 들어가는 운동을 하기에는 무리고 점점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체력 회복은 저 멀리 도망가 버렸습니다.
먹는 것을 자제하고 가장 편안한 장소에 있을 때 그나마 방귀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집에서 쉴 때입니다. 먹는 양이 많든 적든, 무엇을 먹든지 위장인지 대장인지 여지없이 반응을 보였고 꾸르륵 소리와 함께 방귀는 계속 뿡뿡거립니다.
직장에 복귀했을 때, 출퇴근 시간 전후 몇 시간은 물도 마시지 않도록 조심했고 어디서든 화장실이 안전거리에 존재해야 뭘 먹으려고 했습니다. 대장암 수술 후 화장실은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되었고 어딜 가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화장실이 어디인가부터 살피곤 합니다.
대장암 수술 후 후유증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겪게 되었는데요, 대부분의 후유증은 6개월이 되기까지 아주 심했고, 그 후 차츰 몸이 자리를 잡아가는지 후유증도 점차 완화되어 갔습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꾸르륵 소리가 계속되고 있고 방귀도 뿡뿡 소리를 내며 나옵니다. 방귀는 내가 조절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막무가내로 나옵니다. 아주 곤란한 후유증입니다. 대장암 수술 후 겪는 후유증 중에서
대책 없이 나오는 방귀를 줄이는 방법은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안 먹으면 방귀도 안 나옵니다. 먹고 싶은 것이 많아서 평생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하며 체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 봤지만, 좀처럼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한 번 잃은 체력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대장을 조금 잘랐을 뿐인데 그 후 겪어야 할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후유증을 겪으며 삶의 질이 떨어짐은 물론이고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지 않도록 평소에 건강관리 잘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