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대장암 수술 후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수 있게 되기까지 한 달이 걸렸고 밥을 잘 먹기 시작하면서 빠졌던 살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얼큰한 찌개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먹기 힘들었지만, 물에 말아서 먹더라도 먹는 양이 늘었고 나물이나 양념이 강하지 않은 음식은 잘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주었고 대장암 수술 후에 겪는 후유증도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분명 잘 먹게 되면서 행복했는데, 행복만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양념이 된 음식을 먹으면 바로 화장실을 가야 하는 불편함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김치를 좋아하는데 김치를 먹을 수 없었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양념이 들어간 음식 자체를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죽을 먹고 밥을 물에 말아서 먹는 양을 늘리려고 애쓰는 동안에는 이런 불편함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상상도 못 했습니다. 대장암 수술을 하고 겪는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쉽지 않은 날이 이어졌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바로 화장실을 가야 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장 활동은 생활에 큰 불편을 주었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는 저에게는 대장암 수술 후의 후유증이 생각지도 못한 고역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5분도 되지 않아서 바로 화장실을 가야 했고, 중간에 간식을 먹게 되더라도 똑같은 반응에 간식 먹는 것을 참기도 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불편함보다 먹지 않고 참는 것이 더 나았으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땐 작정하고 먹고 싶은 대로 먹기도 했습니다. 화장실 가면 되지~ 하면서 말이지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내가 먹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겠지요. 대장암 수술 후 찾아온 후유증, 먹으면 화장실을 가야 하는 불편함은 편안한 일상을 방해합니다. 그 스트레스는 상당히 크게 다가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럼에도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여전히 화장실을 다니는 생활을 이어갔고 시간이 지난 만큼 예민한 대장 활동은 음식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므로, 먹고 화장실 가기를 반복하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하루에 10번도 넘는 화장실행은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항문이 느껴야 하는 고통이 함께 수반되었습니다. 거의 1년 정도 그렇게 보냈습니다.
대장암 수술 후 겪는 후유증으로 먹으면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 말고 더 큰 문제가 있었는데요, 바로 변실금이었습니다. 자주 가는 화장실은 많은 불편함을 주기도 했지만, 내가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변이 새는 것은 미리 알 수 없어서 처음 겪게 되었을 때 엄청난 충격과 자괴감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대변을 보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을 때 변실금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변실금이라니..
이렇게 살아야 하나..
많은 생각이 들었고 모든 일에 의욕이 사라지게 했습니다. 출근하면서 챙겨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생겼는데, 속옷이었습니다. 집을 나설 때는, 가방에 휴지와 속옷을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습니다. 출근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루에도 몇 번씩, 수없이 고민했던 날이 이어졌고, 마음은 지치고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습니다. 그야말로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진 암울한 시간이었습니다.
대장암 초기였고 수술은 잘 되었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장암 수술 후에 겪는 후유증으로 병들어 가는 마음...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더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차라리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길었던 대장을 절제해서 가지고 있던 대장의 기능이 사라짐으로 해서 여러 가지 후유증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설명을 합니다만, 직접 겪게 되는 당사자에게는 절대로 간단한 일은 아니더랍니다.
수술하고 나면 겪게 될 후유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후유증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절망스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후유증이란 것이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것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하지만, 매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그저 수술만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질 줄 알았습니다.
먹는 것이 힘들었는데 먹을 수 있게 되니 화장실 가는 것이 힘들어지고, 겨우 화장실 가는 것에 적응하려니 변실금이 찾아왔습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다양한 후유증은 몸도 마음도 지치게 했고 조금만 견디면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조금씩 내려놓게 만들었습니다.
초기라 해도 암의 위치에 따라 힘든 암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의사 입장에서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 환자에게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술이 잘 되었다 해도 수술 후에 겪는 후유증은 온전히 환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