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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r 13. 2024

생일 챙겨준 고마운 친구에게

어른이 된 후, 생일을 얼마나 챙기며 살았나 생각해 보았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 생일을 챙기는 것이 번거롭게 생각되기도 하고 누군가 챙겨주면 왠지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 왜 그런 마음이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보낸 시간이 버거워서 나를 위한 시간은 생략하고 싶었나 봐. 특히, 나보다 더 어른인 누군가의 생일이 다가오면 부담스러웠던 거 같아.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땐 그랬어.


그런 시간이 이어지고 스스로 챙기지 않게 되니 오랫동안 생일이어도 특별한 날이 되지 못했지. 하필, 업무적으로 가장 바쁜 달에 생일이기도 해서 어쩌다 한 번쯤은 그냥 보내는 것이 서운할 때도 있었고 어느 때는 생일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때도 있었어. 생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니 망정이지, 특별한 날로 기념해야 하는 사람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일 거야, 그렇지? 하하.


생일이 다가오면 생일주간이라고 정해놓고 일주일 내내 축하하는 시간으로 보내는 사람도 있더라.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축하하는 시간마저도 간소하게 보내는 나와 비교하면 그렇게 보내는 것이 대단해 보이기도 해. 아마 성향의 문제이기도 할 거야.


나이에 따라 생일을 보내는 것이 많이 달라지기도 하더라. 돌아보면 젊은 시절에는 친구들과 모여 시끌벅적하게 파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결혼 후에는 친구들보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친구도 가족도 아닌 직장동료와 생일을 보내기도 했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보냈을 뿐, 계획적으로 생일을 위한 시간은 아니었던 거 같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도 생일은 어김없이 찾아오지. 나보다 먼저 생일을 챙기며 알려준 네가 있어 올해는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거 같다. 나이 들면서 내가 소중해진 것일까? 생일인지도 모르고 보냈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는 생일을 생일처럼 보내고 싶어진 걸까? 스스로도 챙기지 않은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준 너의 마음이 크게 다가왔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챙김을 받는 마음이 새삼 고맙더라.


갈수록 좁아지는 인간관계에서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감사한 일이라 생각해. 젊은 시절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해가 갈수록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사람들.. 내가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의 기억에서 나도 잊히고 있겠지. 그러니 여전히 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잊히고 정리되어 가는 관계 속에서 오래도록 진득하게 남아 어느 순간 존재감을 필요로 할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의 마음 덕분에 생일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요란하게 챙겨볼까? 하하. 생일주간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 정도는 그래도 될 거 같아. 누구든 마음 맞는 사람과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테지. 너와 나의 생일에 함께 의미 있는 시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덕분에 봄 햇살처럼 환한 마음을 선물 받았어. 생일 축하해 줘서 고맙다. 잊지 않을게. @단미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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